
'리더의 자격' 혹은 '리더의 자질'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수많은 관련 도서가 나온다. 대부분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다. 구체적으로는 장·단기 성과 창출을 위한 전략 수립, 안목, 구성원들과의 관계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누군가는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언급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는 무리지어 사는 사람의 특성에 기인한 것이다. '리더의 자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달라지더라도 사람들 머릿속에는 리더가 무언가 특수한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리더가 모인 곳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정치권을 꼽을 것이다. 국회는 서로 다른 수많은 유형의 사람이 모여있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 이슈를 돌아보면 정치인만 있을 뿐, 정치적 리더나 지도자는 보이지 않는다. 언행이 무척이나 가볍기 때문이다.
'조직(정당)을 위한다'는 이유로 성비위 피해자의 상황을 '이제야 알았다'고 표현하거나 자신에게 돌아올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다른 지도부 구성원을 희생양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말로 싸우고 정치적 욕망을 위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분위기의 정치권이지만 최근 벌어진 일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축구선수 기성용은 지난 2013년 '리더는 묵직해야 한다'는 표현을 트위터(현재 X)에 올려 비판을 받았다. 당시 국가대표 사령탑이었던 최강희 감독과의 갈등 과정에서 나온 표현인데 과거 경솔한 언행과 겹치며 오히려 욕을 먹은 것은 기성용이었다. 해당 표현 자체는 틀린말이 아니다. 이는 지도자의 부적절한 판단·언행·신념 등이 집단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벌어진 일의 원인은 리더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에서 출발한다. 갈등은 봉합되겠지만 앙금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리더의 몫이다. 정치인과 리더는 묵직해야 한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