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소뿐아니라 추모글에도 비난 세례
미국 정치 극심한 좌우 분열 보여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우익 활동가인 찰리 커크의 암살에 관한 의견을 SNS에 올렸다가 해고되거나 신상이 알려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정치적으로 분열된 미국 사회의 갈등이 극우의 아이콘인 커크의 죽음 이후 표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는 13일(현지시간) 미시시피대, 미들테네시주립대, 연방재난관리청, 프로풋볼리그 팀 등 최소 12개 기관이나 기업들이 찰리 커크 사망과 관련해 SNS에 게시글을 올린 직원들에 관해 휴직 또는 해고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미들테네시주립대 학생처 부학장 로라 소쉬 라이트시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증오는 증오를 낳는다. 동정은 단 한 번도 없다” “찰리가 자기 운명을 만들어냈다” 등의 게시글을 올린 후 해고됐다. 앞서 정치평론가 매슈 다우드가 미국 방송 MSNBC에서 커크의 발언들이 암살에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로 발언한 후 해고당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한편 ‘찰리를 죽인 자들을 폭로하라’는 웹사이트가 개설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날 만들어진 이 웹사이트는 SNS에 커크의 살해를 조롱하는 게시글을 올린 사람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이 웹사이트에는 “당신의 직원이나 학생이 온라인에서 정치 폭력을 지지하는지 이 웹사이트에서 찾아봐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이 웹사이트의 운영자는 “거의 3만건의 게시물이 접수됐다”며 “(게시글 작성자의) 위치 및 직종별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도 커크의 죽음 이후 SNS 검열에 동참했다. 크리스토퍼 랜도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11일 커크의 죽음과 관련해 SNS에서 가볍게 언급하는 외국인을 조치하겠다고 엑스에 밝혔다. 극우 논객 로라 루머는 엑스에 “그의 죽음을 축하할 정도로 정신이 나갔다면, 앞으로 모든 직업적 야망이 무너질 각오를 해라”는 게시글을 올리며 커크와 관련한 SNS 게시글을 올린 사람들에 관해 제재를 촉구했다.
커크를 애도한 게시글을 올린 경우에도 검열의 표적이 됐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배우 크리스 프랫은 지난 10일 엑스에 “커크와 그의 아내, 어린 자녀들, 우리나라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게시글을 올렸다가 비난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커크의 가족을 위한 기도, 커크의 정치적 활동에 대한 감사, 그의 이념에 대한 비난 등 어떤 게시물이든 금세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된 것 같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커크의 사망 후 SNS에서 불거진 논란들이 미국 사회의 정치적 갈등이 심화한 상황을 보여준다고 봤다. 로라 에델슨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커크의 죽음 이후) 정치적 긴장이 전국적으로 고조되면서 사람들의 감정적 반응이 격화되고 있다”고 했다. 비영리 단체 데이터앤소사이어티 연구 책임자인 앨리스 마윅은 “누군가가 그렇게 비극적이고 공개적으로 죽음을 맞이한 후 그를 비판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이는 커크가 얼마나 양극화된 인물이었는지, 온라인 세력을 결집하는 데 매우 능숙한 사람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치적 폭력 사건에 관해 SNS에 의견을 표명한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전례 없는 일은 아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암살 시도 이후. 홈디포 뉴욕주 북부의 한 계산원, 펜실베니아주 소방서장 등은 이 사건에 관한 SNS 활동으로 해고당했다. 캐런 노스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회사는 직원의 견해가 회사의 평판, 주식 또는 매출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