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와 존중으로 성평등한 직장문화 정착

2025-11-11

‘성 인지 감수성’을 높여 성희롱 스트레스 없는 일터를 만들자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에서 주최하는 당원교육에서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및 대처법에 대한 교육을 수강한 적이 있다. 교육을 받으면서 ‘이런 경우도 성희롱이 될 수 있어? 아 이런 말도 성희롱이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기도 했는데, 가부장적 유교문화의 전통이 있는 한국사회에서 양성평등과 성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둔감한 게 현실이다.

‘성희롱’이라는 용어는 영어로 ‘sexual Harrassment’를 번역한 것으로, ‘성적 괴롭힘’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sexual Harrassment’는 1970년대에 미국에서 여성학자들이 남성 중심의 위계질서가 강한 사업장에서 남성 상급자들이 권력을 남용하여 성적인 말과 행동으로 여성들을 괴롭히고 불이익을 주는 현상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우리나라 양성평등기본법에서는, 성희롱이란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시표시를 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같은 공간에서 지내야 하는 직장인에게 다가오는 스트레스는 전개되는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물론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직장생활이 가능하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은 없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떻게 하면 그러한 스트레스들을 시원하게 날려 보내면서 직장생활을 신나고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면서 생활하는 것이 직장인의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스트레스 중에서도 ‘성희롱’에 대한 스트레스는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지위가 높은 사람보다 낮은 사람이 많이 받게 된다. 또한 은행 창구처럼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감정노동자의 경우에는 고객으로부터 받는 성희롱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성희롱의 문제에서 가장 선제적으로 높여야 할 것은 ‘성 인지 감수성’, ‘젠더 감수성’이라고 생각된다. 나의 언행이 성희롱에 해당되는지 안 되는지의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설마 이런 것이 무슨 성희롱이야. 이런 것조차 성희롱이라고 판단한다면 난 정말 억울해 라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우리의 성 인지 감수성이 둔감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이기에 모두가 성 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 선제적으로 중요할 것이다.

성희롱을 판단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성적인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는가’이다. 행위자가 의도 없이 한 행위라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면 성희롱이 될 수 있다. 즉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 행위자가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기에 나도 모르게 성희롱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도 성희롱이 발생할 시 피해자에게서 원인을 찾으려 하고 있다. 피해자는 상대적으로 약자이기에 네가 그렇게 언행을 하니까 그런 일이 생긴 것이다. 라며 또 다른 2차 피해를 양산하게 되는 것이다. 모 중학교 성폭력 예방 지침서에 제시된, 성폭력을 안 당하려면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황당한 생각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성희롱 발생시 가장 먼저 행해져야 할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곧바로 분리해서 2차 피해를 예방하고 직장내 구성원이 피해자 입장에서 공동의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성 인지 감수성’이란 말 자체를 알지도 못하고 직장생활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가 선진화될수록 노동환경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고, 또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직장내 성희롱의 문제는 직장 구성원들간의 문제이며 막말로 돈이 들어가는 문제도 아니다. 가족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내면서 서로를 배려해 주고 존중해 주는 직장 문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본다. 성적 약자, 지위의 약자라는 인식을 떨쳐 버리고 열린 소통 문화를 통해 자기표현을 자유롭게 하며, 진정성 있고 진실한 관계를 정립해 나간다면 성희롱에 관한 문제는 애초부터 발생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박병철 전북농협 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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