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조지아주의 한국 근로자 300여 명 구금 사태가 엿새째 지속되는 가운데, 이들을 태울 전세기가 11일(현지시간) 정오 한국으로 향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귀국 일정이 정해지면서 구금 사태는 일단락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배터리 공장 건설 중단에 따른 비용 부담과 제품 판매량 하락 등 중장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11일 외교부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금된 한국인들은 11일(현지시간) 새벽 2~4시께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서 출발해 전세버스를 나눠타고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날 오전 공항에 도착하는 대로 전세기에 탑승해 같은 날 정오께 한국으로 출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기는 대한항공 KE2901편으로, 10일 오전 10시9분 애틀랜타 국제공항에 착륙해 구금된 한국인들을 태우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도 멈춰섰다. 앞서 양사는 지난 2023년 각각 지분 50%씩 총 43억달러(약 6조원)를 투자해 현지 합작법인을 세웠다. 당초 완공 목표는 오는 10월, 양산 목표는 2026년 초였으나 이번 사태로 최고 수개월의 공정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장 가동 중단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북미 전기차 판매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해당 프로젝트는 미국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 중심이던 북미 배터리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인센티브 수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건설 중단으로 인해 2026년 이후 예상됐던 판매량 증가분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태로 LG에너지솔루션의 비용 부담도 커졌다. 구금된 이들을 태울 대한항공 전세기는 왕복 운항에만 약 10억원 안팎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됐는데, 해당 비용은 LG에너지솔루션 측이 전액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추정된 10억원은 최소 비용으로, 대기 지연 등과 같은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경우 최대 12억원까지도 예상된다.
다만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문제가 된 공장은 아직 건설 단계에 불과하고, 완공이 늦어져도 SK온 등 대체 조달망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SK온의 미국 단독 공장은 연간 22GWh, 전기차 30만대분의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 중 약 80%를 현대차그룹에 공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국내외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을 현대차그룹 미국 공장에 납품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비용 부담과 같은 단기적 차질은 불가피하겠지만, 추가 조달망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배터리 수급에 큰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7일 김기수 최고인사책임자(CHO)를 현지에 급파하고 현지 대응에 나섰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도 최근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출국 당시 김 전무는 취재진에게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과 협력업체 직원들 모두의 신속한 조기 석방이 우선"이라며 "신속한 복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공사 차질에 따라 2026년부터 예상된 현대차그룹향(向) 미국 판매량은 하향될 것"이라며 "GM에 집중된 북미 판매량을 보다 다각화하고, AMPC 수취에서도 긍정적이었던 프로젝트 지연으로 내년 수익 추정치를 하향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