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과 동갑내기로 토트넘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에릭 라멜라(33)는 최근 은퇴 후 코치로 새 출발을 알렸다. 그는 “장기적인 부상 때문에 힘들었다”며 은퇴 이유를 설명했다.
라멜라는 11일 조국 아르헨티나 매체 TyC와 인터뷰에서 “장기적인 신체 문제 때문에 은퇴했다. 이 문제 속에서도 최고의 방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최대한 즐겁게 축구를 즐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연골이 심하게 마모되었고, 심한 관절염도 겪었다”며 선수 생활 내내 이어진 부상에 대해 얘기했다.
라멜라는 “22살 때 (고관절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때 처음으로 불편함을 느꼈다. 25살이 되자 더 이상 통증을 참을 수 없어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잘 회복되어 축구를 계속했지만 그 이후로는 아무것도 예전 같지 않았다. 예전의 기량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더 심해졌다. 고관절 문제가 점점 더 심해져서 예전처럼 훈련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훈련 방식을 바꿔야 했다. 주중에 열심히 훈련하면 엉덩이가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서 경기에 나갈 수 없었다”며 힘겨웠던 부상을 떠올렸다.

라멜라는 지난달 현역 은퇴와 함께 코치로 축구 인생 제 2막을 열었다. 그는 지난달 15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오랫동안 원인을 알 수 없는 고관절 문제로 고통받았다. 결국 그 시간이 왔다”며 은퇴를 담담히 밝혔다. 이어 “축구는 내게 모든 것을 줬고, 절대 포기하지 않게 했다. 리버 플레이트, 로마, 토트넘, 세비야, 아테네까지 모든 팀은 내 마음에 남아 있다”며 감사를 전했다. 그는 이틀 뒤 스페인 세비야 코치로 부임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라멜라의 선수 커리어는 드라마틱했다. 아르헨티나 리버 플레이트 유스 시절부터 ‘차세대 메시’라 불리며 주목을 받았던 그는 2012-13시즌 AS 로마에서 리그 15골을 기록, 유럽이 주목하는 샛별로 떠올랐다.
2013년 여름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라멜라는 화려한 기술과 왼발 킥으로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고질적 부상에 시달리며 꾸준함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2021년 아스널전에서 라보나 킥 골을 작렬시키며 FIFA 푸스카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선에서 손흥민과 포지션 경쟁을 펼치기도 했고, 함께 출전할 때엔 다소 이기적인 플레이로 국내 축구팬의 미움을 받기도 했다.

2021년 세비야로 이적한 라멜라는 비로소 첫 우승을 맛봤다. 유로파리그(UEL)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선수 생활의 한을 달랬다. 하지만 오랜 고통을 안긴 고관절은 한계를 버티지 못했고, 그리스 AEK 아테네에서 은퇴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