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달 월급은 들어오는데도 통장 잔고는 늘 제자리입니다. 특별히 사치를 부리는 것도 아니지만 막상 한 달이 지나면 저축은 커녕 카드값 걱정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인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수입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소비 습관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소비는 이성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감정과 환경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한 보상 심리에서 비롯된 지출이 바로 그것입니다.
하지만 단기적 만족감은 느끼겠지만 저축이나 투자를 통한 자산 형성과는 점점 멀어집니다. 특히 감정에 따른 소비는 통제가 어렵고 반복될수록 충동성이 더해지면서 지출의 규모도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보상 소비입니다. 일이나 인간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달래기 위해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명분으로 시작된 지출은 습관으로 굳어지기 쉽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소비자들은 "오늘 하루 고생했으니 이 정도는 괜찮아", "할인 중이니까 오히려 이득이야" 같은 심리적 합리화를 통해 소비 행위를 정당화하게 됩니다. 특히 보상 소비는 충동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도 큽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좋은 일에 대한 보상보다는 좋지 않은 일에 대한 보상을 할 때 충동적인 소비로 이어질 확률이 더 높다”고 말했습니다.
자동결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지출을 만드는 주요 요인입니다. OTT 서비스, 음악 플랫폼,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 등 각종 구독형 서비스는 매달 일정 금액이 빠져나가지만 이용자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카카오페이, 애플페이 등 간편결제의 확산은 실물 화폐 사용 빈도를 낮추고 지출에 대한 체감도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감정적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소비 구조 자체를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지출을 줄이는 데 필요한 것은 참는 힘이 아니라 시스템입니다. 예컨대 월급날 자동으로 저축 계좌로 일정 금액이 빠져나가게 설정해두는 것만으로도 충동 소비에 노출되는 금액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 정기구독 서비스를 점검해 필요 없는 항목을 정리하거나 하루에 한 번만 카드 결제를 허용하는 등의 생활 규칙도 효과적으로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심리학자들은 ‘5초 법칙’이라는 전략도 추천합니다. 물건을 사기 전 5초만이라도 “정말 필요한가”, “구매 후 한 달 뒤에도 후회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 소비 충동을 줄일 수 있습니다. 주 1회 지출 내역을 돌아보며 ‘이번 주 후회한 소비’를 기록하는 것도 소비 습관 개선에 도움이 됩니다.
이 교수는 “지금 당장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지 못하면 놓칠 수 있다는 초조함에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은 물건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없는 시대”라며 “내일은 오늘보다 더 좋고 예쁜 상품이 출시된다는 생각을 하고 결제하기 전 한 번 더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소비 통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