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연의 즐거운 건강
매일의 직무를 수행하고 다양한 변수들을 맞닥뜨리고 대처하면서 일상을 살아간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기쁨-보람-성취감을 통해 충전되는 정서적 에너지의 양보다, 상황대처-문제 해결-의무수행에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이 더 많아지고 차츰 방전이 진행되고 지쳐갈 수도 있다. 어느 순간 자신의 미래가 암울하고 지금의 문제가 결코 해결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해질 수도 있다. 격렬한 불안감과 초조감을 경험하고 안절부절못하며, 빠르게 질주하는 생각들이 마음속에 파고들어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감정이 유발될 수 있다. 이러한 고통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대신 심사숙고 없이 충동적으로 무모하거나 위험할 수 있는 활동에 참여하거나 절망감이 더욱 심화하여 삶의 종결만을 유일한 탈출구로 오판할 수 있다.

◆회복탄력성 향상을 위한 행동전략=이럴 때 우선 충동조절능력의 악화를 막기 위해 알코올 등의 물질 사용을 줄여야 한다. 알코올 등 물질의 ① 사용빈도 ② 1회 사용량 ③ 스트레스 기분 상태 등과 물질 사용 행동 사이의 관련성 ④ 물질 사용 시-사용 이후, 기분-생각-행동의 변화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 알코올 등의 물질이 컨디션 조절의 목적으로 오용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더불어 정서적 고통감이 절망감(더 이상 참을 수 없고 어떻게 할 수 없다)의 일시적인 악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완급조절을 위한 건강한 행동전략을 마련하여 일상생활 중 적용할 수 있다. 긍정적인 기억이나 유쾌한 장면을 떠올리거나 집안일을 하거나 친구에게 연락하기 등 필요한 활동을 수행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그림을 감상하는 등의 책략을 자신에 맞게 마련하여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정서 조절의 책략이 상황 회피의 목적으로 오용되지 않아야 한다.
두 번째로, 긍정적 감정을 경험할 수 있는 건강한 활동의 목록을 확인하고 지속적으로 실행한다. 내가 하루의 시간 동안 주로 참여하는 활동들의 목록을 만들고, 각 활동에 참여할 때 내가 경험하는 유쾌함과 성취감의 정도를 평가해 본다. 만약 최근의 일상생활에서는 유쾌하거나 성취감을 느끼는 활동을 잘 찾을 수 없다면, 지금보다 좀더 평안하게 지냈던 시기의 내 일과를 떠올려 검토할 수 있다. 이 중에서 ① 상대적으로 유쾌함과 성취감을 많이 느낄 수 있고 ② 비교적 실천하기 쉬운 그리고 ③ 혼자 하는 여가활동과 사회활동을 고루 포함하는 활동계획을 3~5개가량 추려서 목록화하고, 이번 주 혹은 다음주 생활계획표에 구체적인 날짜와 시간을 정해 행동계획으로 배정한다. 한 주 동안 행동계획을 수행하고, 각 활동을 해본 후 내가 경험한 유쾌함과 성취감의 정도를 100점 만점으로 평가해 본다. 이러한 만족도 평가를 고려하여 그 다음주의 생활계획에 반영한다.
세 번째로, 사회적 연결망을 유지한다. 개인생활과 사회생활의 지속을 통해 새로운 경험과 통찰을 자신에게 충전해주고 문제해결의 도움을 요청힌다. 이를 위한 지인 및 전문가와의 협업도 필요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① 사람들과 소통하고 함께 지내는 것이 ‘기 빨리는 느낌’이 동반되어 버겁거나 ② 다른 사람들의 단편적인 표정·어조·말 등을 해석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혼란감을 겪거나 ③ 자신의 마음속에 파고드는 산란한 기억·생각·감정들과 관련된 고통감을 중화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고 찾게 되거나 ④ 사회집단 속에서 활동하면서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다양한 변수들 속에서 대처의 어려움을 경험하고 버거움을 느껴서 다시 활동을 회피하게 되는 등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회복탄력성 향상을 위한 인지전략=행동만 아닌 생각도 달라져야 한다.
첫 번째로, 1년 후/3년 후 미래의 자화상을 구체적으로 떠올려 본다. 미래의 한 시점을 선택해서 날짜를 적고 자신의 나이가 몇 살인지, 그 시점에 자신의 삶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해 본다. 어디에 있고 주변에 무엇이 보이며 누구와 함께 있는지 구체적으로 그려 본다. 이때 좀 더 만족스럽게 생활하기 위해 지금 어떤 준비하고 실행해야 하는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 1년 후/3년 후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나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태로 작성한 후 읽어 본다.
두 번째로, 내 현재 삶의 주요 영역들 속에서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목표와 가치가 행동으로 구현되고 있는 정도를 확인한다. 즉, 일/직업, 친밀한 관계(연애결혼 등), 양육, 교육/학습(개인적 성장), 친구관계/사회생활, 건강/신체적 자기관리, 혈연가족(원가족), 영성, 지역사회 생활/환경/자연, 오락/여가 등의 영역들에 대해 ①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정도와 ②지금의 만족도를 평가해 본다. 이 중 지난 2주의 생활 동안 ‘중요하게 여기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던’ 생활영역의 만족도 향상을 위해 ③ 추가하거나 삭제하거나 변경해야 하는 1~2가지의 행동을 찾아서 다음 2주의 생활계획에 반영하고 실천하고, 2주 후 생활만족도를 재평가한다.
세 번째로, 최근 한 달간의 일상생활 중 자신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가 무엇인지를 검토하고 어려움 속에서 스스로 무너지지 않으면서 상황을 대처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페이스 조절 방안과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한다. 지역사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공식홈페이지(www.onmaum.com) 참고)을 방문, 논의하는 것도 권한다.

윤제연 서울대병원 교육인재개발실 교수. 정신건강의학과와 공공진료센터 일마음건강클리닉(직원상담)을 담당하며 서울의대 연건학생지원센터 센터장도 겸한다. 『행복한 직장의 조건』 『심리도식치료의 실제』 등의 공동역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