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기후천사] 일회용품에 이별을 고함…지구 위해 용기(容器) 내 보았습니다

2025-05-25

일회용품 안 쓰는 음식 주문기···용기 들고 음식포장, 외출시 에코백-텀블러 필참

2021년 전주시 용기내 캠페인 진행 최근 다회용기 사용지원 사업 운영

전주시 "일회용품 사용 강제 규제 어려워 시민 인식 개선 캠페인 추진"

얼마 전 아이 엄마가 된 친구와 저녁 메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식사 준비는 어떻게 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잠시 고민하던 친구는 아이를 돌보느라 집 밥 대신 주로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고 답했다. 쉽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배달음식을 종종 시켜먹고 있지만 음식이 담겼던 용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현타(현실을 자각하는 순간을 뜻하는 신조어)가 크게 온다고 했다. 자신은 한 끼 식사를 배달시켰을 뿐인데, 배출되는 일회용품의 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직접 요리를 하거나 외식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늘어나는 일회용품은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상이 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기자도 직접 다회용기를 들고 음식점에서 포장 주문을 해봤다. 그리고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최대한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외출 시에는 개인 텀블러와 에코백을 지참하고,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제한해보자.

다회용기를 챙겨 음식점을 방문해 보니 생각보다 여러 모양의 그릇이 필요했다. 비닐에 낱개 포장 된 단무지나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양념, 음료수를 담아주던 일회용컵까지…. 세트로 시키면 챙겨주는 음식이 한 두 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용기(容器) 하나만 덜렁 들고 주문하러 갔다가 어쩔 수 없이 일회용품을 소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간 음식점에 빈 용기(容器)를 들고 찾아갔다. 음식을 주문 과정에서 사용되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을 줄인다면 그만큼 탄소 배출도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귀찮은 것도 사실이다. 전화로 주문하면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편리한 세상인데 빈 그릇을 챙겨 음식점에 방문하는 게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었다.

음식을 주문할 때는 “제가 가져온 용기에 담아주시겠어요?”라고 용기(勇氣)내 한마디를 더 보태야했다.

그 과정에서 몇몇 분들은 “모양이 흐트러져서 포장 용기에 담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가져온 빈 용기를 반납하기도 했다. 또 어떤 분은 취지를 공감하고 최대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며 매장 그릇에 음식을 담아주기도 했다. 그렇게 쑥쓰러움을 이겨내고 며칠 간 용기를 내밀었던 행동이 환경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활 속 기후행동을 실천한 이유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2023년 발간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를 보면 2020년 기준 국민 1인당 배달 용기 연간 소비량은 568개(5.3kg)에 달한다. 생수페트병은 109개(1.6kg), 일회용 플라스틱컵은 102개(1.4kg), 일회용 비닐봉투 533개(10.7kg) 등이다. 특히 분리 배출이 가능한 플라스틱 가운데 배달음식 포장재가 포함된 기타 폐합성수지류 항목이 2019년 하루 715.5t에서 2021년 하루 1292.2t으로 80%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시에서도 지난 2021년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프로젝트 ‘용기 내 전주 캠페인’을 추진한 바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비대면 소비가 증가하면서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전주시와 소비자연합, 8개 외식업체는 업무협약을 맺고 6월부터 10월까지 용기내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전주의 음식점과 반찬가게에서 음식 포장시 일회용품이나 비닐을 사용하지 않고, 집에 있는 다회용기를 가져가 포장해오자는 제로웨이스트 운동이다. 업소에 따라 100원~1000원을 할인받거나 음식 양을 추가적으로 받을 수 있다.

이후 용기내 캠페인은 중단됐지만 최근 다회용기 사용지원 사업을 통해 다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캠페인을 진행한다. 시청사 인근 커피전문점 10곳과 전주시청 및 거점건물 2곳에서 테이크아웃 시 다회용컵을 제공할 예정이다. 참여 매장에서 다회용컵에 음료를 판매하고 무인회수기를 통해 반납하면 쿠폰에 도장을 찍어주는 구조다. 쿠폰(음료 15잔)을 완성하면 참여 커피전문점에서 1000원이 할인 적용된다. 시는 덕진지역자활센터를 통해 컵을 회수한 뒤 전문 업체에서 세척해 다시 매장으로 공급하는 순환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장례식장 다회용기 대여 및 세척 서비스 사업은 지속 운영한다. 시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친환경 장례문화 정착을 목표로 장례식장 접객실 내 다회용기 사용을 2023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올해도 자발적으로 협약을 체결한 4개 업체를 포함해 추진할 계획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일회용품 사용을 강제로 규제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시민 인식 개선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며칠 간 환경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실천하면서 모든 것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시간 절약을 위해 음식을 미리 주문하고 음식 나오는 시간까지 확인해 부리나케 달려 갔지만 이미 포장이 되어있었고, 텀블러에 어묵국물을 담으려다가 “유난스럽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일회용품 줄이기에 나선다면 기후변화 시기를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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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 parkeun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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