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승규 기자] SK텔레콤이 e심을 중심으로 신규 영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고객들을 대상으로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을 완료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까지 준비한 만큼 다시 반등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유심 유출 사태 이후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는 평가를 받는 SK텔레콤이 다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4월 자사가 보유한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를 겪었다. HSS(홈 가입자 서버)를 비롯한 여러 서버 시스템에 악성코드가 설치되며, 유심정보 등 개인 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유출된 정보의 규모는 2695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파장은 사회적 이슈로 번졌다. 유심이 복제될 수 있다는 등의 얘기가 퍼지며 불안감이 조성됐고, 관련한 사기가 성행하기도 했다.
유심 유출로 SK텔레콤도 큰 타격을 입었다. 신규 가입이 중단되며, 주요 BM(비즈니스 모델)인 유·무선 사업 성장세가 정체됐다. 이와 함께 이미지 실추도 불가피하다. 이에 지난 1월 2일 5만6100원이었던 SK텔레콤의 주가는 지난 달 22일 5만400원까지 감소했다.
SK텔레콤은 전사적인 역량을 총 동원해 대처에 나섰다. 모든 가입자들에게 유심보호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으며, 유심 교체 가입자도 800만 명을 넘어섰다.
재발 방지를 위해 다양한 대책도 마련했다.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내부 보안 체계를 전면 강화했다. 고객의 신뢰 회복을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고객신뢰 위원회'도 출범했다.
◆ 유심 유출 사태 소강 국면…16일부터 영업도 재개
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한 지 약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사태는 어느 정도 소강상태에 들어섰다.
먼저 유심 복제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 알려지며 우려가 줄어들었다. 만에 하나 유심이 복제된다고 하더라도 유출된 정보에 공용인증서 등의 내용이 없는 만큼 금융탈취 등의 범죄도 불가능하다. 사태 발발 이후 불법 유심복제 및 복제폰(불법 유심+단말 복제) 피해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이 알려졌다.
SK텔레콤은 리스크를 털어낸 만큼,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설 계획이다. 이날부터 e심을 중심으로 신규 영업 재개에 나선다. 오는 20일 이후로는 물리 유심을 활용한 신규 가입도 진행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2500만 명(MNO+MVNO)의 가입자를 보유한 만큼, 매출 감소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AI 사업 등에서 새로운 BM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과징금과 위약금 면제 등의 리스크만 해소하면 다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도 올해 SK텔레콤이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본다. 에프엔가이드가 예상한 SK텔레콤의 올해 영업이익은 1조8746억 원인데, 컨센서스 수치가 부합하면 전년(1조8234억 원) 대비 2.8% 증가한다. 다만 과징금 부과 등의 가능성이 산재해있는 만큼, 추후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도 SK텔레콤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췄다. 하나증권은 최근 SK텔레콤의 주가가 저평가 받고 있다고 언급하며, 목표 주가를 7만 원으로 올린 바 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위약금 면제, 과징금 부과 가능성이 낮아졌다"라며 "6월말 영업 재개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킹 사태로 인한 가입자 순감 폭이 당초 예상 수준인 55만 명 수준에서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으며 감입자 순감 폭이 이전 추정치와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업이익 감소 전환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SK텔레콤의 주가도 이날 오후 5만5200원을 기록하는 등 회복세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