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119구급대원의 고백
식구들 다 잠든 새벽, 몸을 일으켰다.
여섯 시에 팀원들과 소방서에서 만나
수색 지점으로 이동하기로 했는데
혹 늦잠을 잘까 싶어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알람이 울리려면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지만 성질 급한 여름 해가
벌써 푸르스름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다녀올게, 나오지 마.
얘기를 해도 아내는
꾸역꾸역 현관문 앞까지 따라 나왔다
점점 좁아지는 문 틈새로
아내의 얼굴이 사라질 때까지
나는 집요하게 그와 눈을 맞췄다.
혹시라도 이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할까봐.

얼마 전,
전국적으로 쏟아진 집중호우에
여럿이 실종되거나 숨졌다.
가평에서도 이른바 ‘괴물 폭우’에 휩쓸린
4명 중 아직 2명을 발견하지 못했다.
실종된 한 사람은 50대 남성,
다른 한 사람은 40대 여성이었다.
벌써 수색 9일 차.
해가 너무 뜨거웠다.
강물은 폭우 때 뒤집어진 이후로
여전히 흙탕이었다.
온전히 형태만 보존하고 있다면 좋으련만.
이따금 진행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색 인원 300여 명이 참여한
휴대폰 채팅방에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심하게 부패한 동물 사체 사진이 업로드됐다.
그럴 때마다 사람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리란 상상에 가슴이 서늘했다.
지난 김장 때 쓰고 모셔뒀던 장화를 꺼냈다.
온통 뻘이라 장화를 신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수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강기슭의 수풀을 헤치며 걸었다.
그러다 한 번씩 수위가 낮아 뵈는
강의 안쪽을 향해 나아갔다.
도요새들이 띄엄띄엄 서서
강바람을 쐬고 있는 지점이
대체로 얕은 곳이었다.
거기에 실종자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