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개미가 지나는 길을 돋보기로 쪼이는 잔인한 장난 같았다.
이 땡볕 아래 나는 일개미였다.
태워지고 있었다.
아무리 여름이라도 이렇게까지 더울 수 있을까.
두꺼운 마스크까지 쓰고 일을 하니 죽을 맛이었다.
죽은 자의 일을 하면서 죽을 맛이라니 할 말은 아니지만, 요즘 같은 극한폭염이라 하는 말이다.
현장은 시골에 있는 희한한 형태의 다가구 주택이었다.
일자로 길게 지어진 농가주택을 개조해 방 한 칸마다 사람이 살았다.
말하자면 ‘농가식 원룸’이라고나 할까.
옛날엔 이런 걸 ‘줄행랑’이라고 했던가.
지난 시절 대감네 종살이나, 요즘의 원룸살이나 이렇게 보니 닮았다.
다닥다닥 붙어 살면서 어떻게 시신이 2주 넘게 방치됐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집주인은 멀리 살고 있어 통화로만 의뢰했고 현장엔 오지 않았다.
집 앞에 트럭을 대기 무섭게 그 줄행랑 한 칸에서 사람이 뛰어나왔다.
“냄새가 나서 못살겠어요. 마당까지 난리예요.”
이런 무더위에 시신은 몇 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썩어내리기 시작한다.
단열이라곤 개념에도 없었을 옛날식 농가주택은 뜨거운 빛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방 안은 이 염천에 구들장 불이라도 땐 것처럼 끓어올랐다.
이틀만 지나도 심각한 시취를 풍겼으리라.
“2주가 넘었다고 하던데, 진작에 신고하시지 그러셨어요.”
“집주인한테 여러 번 말했어요. 냄새가 난다고. 와보지도 않고 이제와 신고한 거예요.”
사방이 논과 밭이니 도시에 살고 있는 집주인은 이런 일이 발생했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더란다.
얇은 벽을 사이에 두고 여럿이 살아가는 공간에서 누군가 죽었다.
방치된 시신은 부패하면서 악취까지 뿜는다.
사실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나쁜 일일수록 자신에겐 벌어지지 않을 일이라고 회피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