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기관 한곳에서 허리 통증 완화 시술을 받은 환자 여러명이 이상증상을 보인 것과 관련해 ‘황색포도알균’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보건당국은 시술 준비 과정에서 감염 관리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이 균에 대한 집단감염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강원도에 따르면, 강릉시 한 의원에서 지난 6~7월 허리 통증 완화 시술을 받은 환자 8명이 극심한 통증, 두통, 의식 저하, 발열 등의 증상을 보였고, 이중 1명은 사망했다. 환자들은 모두 60~80대 고령이었다.
아직 역학조사 중이라 구체적인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환자들의 혈액이나 뇌척수액에서 검출된 황색포도알균이 증상을 일으킨 주요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황색포도알균은 건강한 사람의 피부나 코 속에도 존재하는 흔한 균이다. 하지만 혈액 등으로 침투할 경우 패혈증, 뇌수막염 등 중증 감염병을 일으킬 수 있어 치명적이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황색포도알균은 피부에 있을 때는 문제 없지만, 침습적(체내 조직 안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들어올 경우 상당히 위험한 균”이라며 “(시술을 위한) 주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감염 관리의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아 주사액 등이 오염돼, 해당 주사를 맞은 환자들에게서 감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황색포도알균 중에서도 메티실린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 감염증의 경우 법정감염병(4급)으로 지정돼 있어 보건당국의 표본감시 대상이다. 이번에 환자들에게서 검출된 ‘메티실린 감수성 황색포도알균’(MSSA)은 감시 대상이 아니지만, 유사한 증상의 환자가 잇따라 방문한 것을 이상하게 여긴 종합병원 의료진의 신고로 조사가 시작됐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시술 과정에서 이런 감염이 일어나는 일은 매우 드물다”라며 “소독·손씻기 등 기본적인 감염관리 수칙이 안 지켜져 오염이 일어났고, 척수로 균이 바로 들어가면서 증상이 더 나빠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갑 교수는 “오염된 주사액이 소량 투입된 환자에게는 증상이 천천히 발병할 수도 있어 환자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술 도구 오염 등으로 인한 집단감염은 잊을 만하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에서 시술받은 환자 20명이 패혈증 증상을 보여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선 결과, 프로포폴 주사액 오염에 따른 판토에아 아글로메란스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