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돌로미티산맥에서 ‘위험’과 ‘등산로 폐쇄’ 경고를 무시하고 탐방에 나섰던 60세 영국인 등산객이 조난 끝에 구조됐다. 다만 2000만원이 넘는 구조 비용을 청구받았다.
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 남성은 지난달 31일 오후 3시 30분쯤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산맥 해발 2500m 지점의 바윗길에서 “낙석이 계속된다”며 구조를 요청했다. 악천후 속에 낙석으로 산사태 우려가 커지자 자력 탈출이 어렵다고 판단해 구조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 출동한 인근 구조대는 악천후 속에서도 헬리콥터 2대를 투입해 수색에 나섰다. 구조대 관계자는 가디언에 “살아남은 것만도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이 남성은 영어와 이탈리아어로 ‘등산로 폐쇄’, ‘돌아가시오’ 등의 문구가 적힌 경고 표지판을 무시한 채 위험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이 지역은 산사태와 낙석 위험으로 인해 수십 개의 탐방로가 폐쇄된 상태였다. 그러나 이 남성은 “경고문을 전혀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경고문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대가는 결국 본인 몫으로 돌아왔다. 구조대는 헬리콥터 투입 비용 등을 포함해 총 1만4225유로(약 2289만원)의 구조 비용을 청구했다. 이 중 1만1160유로(약 1800만원)는 총 93분간 이뤄진 헬기 구조 작전에 따른 금액이다.
돌로미티 지역 보건당국 관계자는 현지 언론을 통해 “헬리콥터는 열악한 조건이나 긴급 상황에서만 동원돼야 한다”며 “구조 헬기를 택시처럼 생각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산에 오를 때는 항상 산을 존중하고 신중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돌로미티산맥에서는 주기적으로 낙석과 산사태가 발생한다. 특히 최근 2개월 사이 이상 고온 현상까지 겹치며 낙석 위험이 더욱 커졌다고 가디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