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무덤 파는 중”... 하마스, 이스라엘 인질 영상에 충격

2025-08-04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 영상을 공개했다. 660여 일 만에 공개된 인질은 깡마른 몸으로 자신의 무덤이 될 자리를 파고 있다고 말해 충격을 줬다.

3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지난 2023년 10월 7일 노바 뮤직 페스티벌 기습 작전에서 납치한 에비아타르 데이비드(24)의 영상을 공개했다.

5분짜리 영상에는 데이비드는 온 몸의 뼈가 도드라질 정도로 앙상한 모습으로 등장해 가자지구의 한 지하터널에서 삽질하는 모습이 담겼다.

데이비드는 영상에서 “오늘은 7월 27일 정오 12시.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굶주림을 호소했다. 이어 영상 중간, 콩 통조림 하나를 받고 “이 캔은 이틀치다. 내가 죽지 않도록 말이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휴전에 동의하고 적극적으로 인질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그는 “당신은 나와 모든 인질을 돌봐야 할 총리인데, 난 완전히 버려진 것 같다”고 무기력하게 말했다. 이어 화면이 전환되고, 그는 땅을 파면서 “난 지금 내가 묻힐 무덤을 파고 있다”고 말했다.

하마스 동맹인 이슬람 지하드도 지난달 31일 데이비드와 함께 납치된 인질 롬 브라슬라브스키(21)의 영상을 공개했다. 깡마른 모습으로 영상에 등장한 그는 “서있을 수도 없고, 화장실에 갈 수도 없다. 음식과 물이 다 떨어졌다. 전에는 조금이라도 주었는데 이제 아무것도 없다. 팔라펠(중동 콩 완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었다”고 배고픔을 호소했다.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가 영상을 공개한 것은 휴전 협상을 앞두고 이스라엘을 압박하기 위한 심리전의 일환으로 보인다. 영상 속 인질의 대사도 하마스 측에서 작성한 대본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납치 이전의 건강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깡 마른 인질들의 모습에 국제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이스라엘 측과 인질 가족들은 하마스가 의도적으로 인질들을 굶기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은 의도적으로 우리 인질들을 굶기고 있으며, 굴욕적이고, 악의적인 방식으로 그들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의 가족은 “우리는 사랑하는 아들과 형제가 가자지구에 있는 하마스 터널에서 고의적으로 굶어 죽어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는 살아있는 해골처럼 산 채로 묻혔다”고 분노했다.

유럽연합도 하마스의 야만성을 지적하며 모든 인질의 조건없는 석방을 요구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하마스가 더 이상 가자지구의 미래에 어떤 역할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자명하다”고 비난하는 한편, “하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원을 중단하는 것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요청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 또한 “선전을 위해 인질을 끌고 행진하는 모습은 역겹다”고 강하게 비난하면서 “모든 인질은 무조건 석방되어야 한다. 평화를 위한 장기적인 해결책과 계획을 위해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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