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약이면 정당도 바꾼다, 2024년 ‘기후유권자’의 등장 ②

2025-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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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가 표심도 좌우하는 시대가 올까요?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폭우나 폭염, 극심한 가뭄 등 기후로 인한 재난을 정부가 만약 잘 다스리지 못한다면 민심은 이반할 것이 뻔하니까요. 그러고 보니, 기후 위기는 조선시대에도 왕실의 주요 문제였습니다. 임금이 직접 기우제를 지냈던 것을 보면 말이죠.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기후 위기 해결사를 뽑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21세기의 4분의 1이 지난 지금, 우리의 기후 위기 시계의 초침엔 가속도가 붙어 있습니다.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박광석 전 기상청장은 강조합니다. 지난 1회에서 말씀드렸던 기후공화정이라는 개념을 좀 더 자세히 파고들어가 보겠습니다. 기후 전문가인 박광석 전 청장이 숙고 끝에 내놓은 기후공화정의 개념, 글로 만나보시죠.

기후 공화정의 세 축, 민회·호민관·유권자

기후 공화정은 어떻게 앞서 지적된 기후 정치의 한계를 극복하고 난제에 대한 대안으로 형성될 수 있을까? 이는 세 가지 핵심 요소, 즉 기후 민회, 기후 호민관, 그리고 기후 유권자를 통해 구축되고 발전된다. 이 과정에서 ‘정치(Political Realm)’는 더 이상 비판의 대상이 아닌, 변화를 이끌어가는 창조자로서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 요소들은 각각 혼합정의 민주정적 특성과 견제와 균형, 그리고 공화주의의 시민적 덕성을 구현하며 ‘운동으로서의 공화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먼저, 기후 민회를 살펴보자. 이는 민주정의 요소이면서 활동의 공간인 기후 공화정을 형성하는 첫째 축이다. 기후 민회, 즉 기후 시민회의는 현재 우리의 정치적 한계를 보완한다. 단기 선거 주기와 장기 과제 간의 불일치로 인한 산적한 과제, 그리고 표심을 잡기 위해 현재 세대의 이익만을 우선하는 한계를 극복하는 데 기여한다. 선거 주기와 무관하게 장기적 관점에서 기후 난제에 대한 숙의를 진행함으로써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미래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게 골자다.

마이클 샌델이 강조하는 숙의 민주주의의 이상처럼, 기후 민회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시민들이 공적 이성(public reason)을 통해 함께 고민하고 공동의 선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다. 이곳에서 시민들은 단순한 사적 이익을 넘어선 공동의 문제를 함께 논하고,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며, 설득의 과정을 통해 ‘함께 살아갈 세계’에 대한 의미를 창조적으로 만들어 나간다.

또한 기후 민회는 대규모 국가 단위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 차원에서도 활성화돼 시민들이 직접 공공 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민주적 역량을 키우는 훈련장이 돼야 한다. 기후 민회는 다수에 의한 지배, 즉 민주정의 요소를 구현하며, 폭넓은 시민적 합의와 정당성을 제공한다. 이는 시민들이 스스로 공동선을 향해 나아가는 역동적인 집단적 운동의 장으로 기능할 터다.

기후 민회가 실질적 변화의 엔진이 되려면 정부와 의회의 확고한 정치적 의지가 최우선이다. 권고안을 정책에 반영하고 책임 있게 후속 조치할 제도적 연계와 권한이 필수적이다. 특정 이익에 휩쓸리지 않도록 독립성과 중립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시민들이 합리적 판단을 내리도록 양질의 정보 제공과 충분한 숙의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관심과 언론의 책임 있는 역할이 동반될 때, 시민의회는 기후 공화정의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기존 정치(의회·행정부)는 이러한 조건이 충족될 수 있도록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는 기후민회 설치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독립적인 운영을 보장하는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기후민회에 충분한 예산과 전문 인력을 지원해 시민들이 심층 정보를 학습하고 공정하게 토론할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치의 책임이다.

정치적 리더십은 기득권의 저항이라는 오랜 장벽을 허물고 기후민회의 권고안을 진지하게 검토하며 정책에 반영하려는 담대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프랑스 등 유럽에서 이미 성공 사례가 있듯이, 기후민회는 단기적인 선거 논리에 갇히기 쉬운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고, 난제의 복잡성을 시민들이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지혜로운 방안이기 때문이다.

기후 정치의 파수꾼, 기후 호민관

다음은 기후 호민관이다. 견제와 균형을 위한 필수 요소다. 기후민회에서 어렵게 도출된 합의안이 정치적 압력이나 관료주의의 장벽에 가려 좌초될 위기에 처할 때, 강력한 경고음과 함께 등장하는 존재다. 고대 로마 공화정의 호민관처럼, 기후민회의 결정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철저히 감시하고 정부와 의회의 책임을 추궁하는 역할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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