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최주현 기자) 올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의장국으로 비동맹운동 전통이 강한 말레이시아의 술탄(이슬람 국가의 군주)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으로 러시아를 국빈 방문했다.
올해 파트너국가로 브릭스(BRICS)에 합류한 말레이시아는 1967년 말레이시아와 러시아가 수교한 이래 국가 원수가 러시아를 처음 국빈 방문하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국영 <베르나마(Bernama) 통신>은 5일(쿠알라룸푸르 현지시간) “이브라힘 술탄 국왕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으로 5일부터 10일까지 러시아를 국빈 방문할 예정이며, 이는 수교이래 최초의 술탄 방문”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말레이시아 군주는 이번 방문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 뒤 자동차엔진연구소(NAMI) 등 산업기술 연구시설들을 둘러본 뒤 여러 공식행사에 참석한다. 모스크바 일정을 마친 말레이시아 국왕은 타타르스탄공화국을 방문, 공화국 수도 카잔에서 루스탐 민니하노프 공화국 수반과 만나 카잔 헬리콥터 공장을 방문한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이번에 국왕 폐하가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역사적이고 큰 의미를 지닌다”면서 “양국은 무역・투자・고등교육・기술혁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증진하고 인적교류를 직접 확대하는 등 양국 관계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브라힘 총리는 말레이시아가 러시아로부터 에너지・항공우주・국방・스마트농업을 중심으로 한 투자와 신기술을 유치할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국빈 방문을 통해 말레이시아 군주제가 국가 외교의 원동력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국제적인 존경을 받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게 더 중요한 점”이라며 “이를 통해 말레이시아의 주권과 중립적이고 개방적이며 진보적인 국가로서의 이미지가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는 인도와 함께 냉전시대에도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독자 외교노선을 견지해온 비동맹 외교의 전통이 강한 나라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을 맡으며, 격화되는 미중간 전략경쟁의 전방위적 압박에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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