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국회의장 격)이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 국회의장 회의에서 러시아·몽골 등을 만났다고 북한 매체가 3일 보도했다. 중국과 한국 측과는 만나지 않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박인철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지난달 29일부터 31일(현지시간)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6차 세계 국회의장 대회에 참가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세계 국회의장 대회는 국제의원 연맹(IPU)이 5년마다 개최하는 회의로, 북한은 1973년 IPU에 가입한 뒤 꾸준히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통신은 박 의장이 대회 기간 러시아 상원인 러시아 연방평의회 의장, 몽골 국가대회의 의장, 베트남 인민회의 의장, 라오스 민족회의 부의장을 각각 만났다고 보도했다.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연방평의회 의장은 박 의장과 만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북·러 조약) 체결 후 지난 2년간 쌍무관계는 온갖 도전을 이겨내고 그 가치를 증명했다”며 “조선을 지지하는 로씨아(러시아)의 입장을 불변하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다쉬젝베 아마르바야스갈랑 몽골 국가대회 의장은 박 의장과 만나 “새로운 발전을 이룩하고 있는 근면하고 애국적인 조선인민이 앞으로 보다 큰 성과를 거두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박 의장은 중국 측과 만나지 않았다. 통신에는 박 의장이 자오러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만났다는 보도는 없었다. 중국 신화통신도 자오러지 상무위원장이 지난 1일 브라질·파키스탄·러시아·카자흐스탄 의회 지도자들과 회담을 했다고 보도했을 뿐 북한 관련 언급은 없었다.
이를 두고 소원해진 북·중 관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는 사이 북·중 고위급 교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등 양국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냉랭한 관계가 이어진 탓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박 의장과 우원식 국회의장의 ‘깜짝 만남’도 없었다.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었던 2018년 10월 당시 문희상 국회의장은 제네바에서 열린 IPU 총회에서 리종혁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과 예정에 없던 면담을 한 적이 있다. 남북 대표단이 IPU 관련 회의에서 만난 것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