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가 후반기 무서운 상승세로 선두 싸움을 벌이는게 그저 마운드가 탄탄하고 타선이 강력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리그 최고 수비를 갖췄고, 공격적인 주루에도 대단히 능하다. 기본 전력도 강한데 수비와 주루로 승부처 미세한 차이를 만드는 힘까지 지녔다. 그 중심에 있는 사람이 주장 박해민이다.
박해민의 진가가 7일 잠실 두산전 다시 빛을 발했다. 1-3으로 끌려가던 4회말, 2사 1·2루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선 박해민은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 나갔다. 2사 만루 기회가 만들어졌다. 후속 신민재의 땅볼 타구가 2루수 강승호의 글러브를 맞고 외야로 튕겨 나갔다. LG 3루 주자 김현수와 2루 주자 오지환이 여유 있게 홈을 밟았다. 여기까지는 행운이 따른 결과였다. 그러나 놀라운 건 박해민이었다. 2사라서 스타트가 빨랐고, 글러브에 타구가 맞고 굴절되면서 속도까지 느려졌다고 하지만 박해민이 땅볼 타구에 홈까지 파고 들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안타를 친 신민재도 생각하지 못했다. 두산 우익수 제이크 케이브도 당황했다. 박해민의 홈 질주에 케이브의 후속 동작이 지체됐고, 그만큼 홈 송구에 시간이 더 걸렸다.
LG는 두산을 4-3으로 꺾었다. 막판까지 접전을 벌이다 김현수가 내야 땅볼로 결승 타점을 올렸다. 박해민의 발로 만든 한 점이 아니었다면 승부가 어떻게 되었을 지는 알 수 없다.
결과적으로 3타점 싹쓸이 2루타의 주인공이 된 신민재는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박)해민이 형까지 홈에 들어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나였다면 홈까지 뛴다는 생각을 못했을 것 같다. 해민이 형이니까 그런 상황까지 생각해서 뛰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저 빠른 다리로만 올린 득점이 아니라 이후 여러 상황을 미리 생각하고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결단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나온 득점이 아니냐는 것이다.
박해민은 후반기 LG의 상승세를 문자 그대로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KIA전 9회초 박해민의 극적인 동점 3점 홈런부터 LG의 질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전반기 타격 부진이 길었던 박해민은 이날 이후로 타율 0.327에 출루율 0.414로 기록하며 공격에서도 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주루와 수비에서 공헌도는 그 같은 타격 성적보다도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