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와의 동행:봄날의 진료실 풍경

2025-05-08

 만개한 봄꽃이 형형색색 자기를 뽐내듯 환자들의 알레르기 이야기는 저마다 다양하기만 하다.

 “이제 약 안 쓰셔도 되겠고, 일 년에 한 번 정도 경과 확인차 방문만 해 볼까요?” 내가 건네는 말을 듣고 환자는 환하게 웃으며 기뻐했다.

 “선생님과 만난 지 15년이 되었는데, 정말 처음 말씀하신 대로 약을 끊어볼 수 있게 되었네요?” 들뜬 기분이 얼굴에 가득했다. 십여 년 전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콧물, 재채기, 막힌 코, 가려운 눈으로 불편함을 호소하며 심할 경우 피부까지 가려워진다고 힘들어하던 십대 소녀였다. 그 옆에는 근심 어린 얼굴의 어머니가 함께 있었다.

 어린 소녀와 그녀의 어머니는 검사를 완료한 후 “집먼지진드기”와 “봄철 및 여름철 꽃가루” 알레르기로 인한 비염 진단을 받았다. 추가 문진에서는 숨쉬기 어려운 증상이 간간이 나타난다는 점도 확인되었고, 이에 따라 알레르기 비염과 함께 나타날 수 있는 천식에 대한 몇 가지 추가 검사를 진행하여 천식 진단도 함께 받게 되었다.

 다수의 어른 환자들은 알레르기 질환 진단을 내리면 낙심을 하면서 치료해도 안 낫는 병이라며 한숨을 쉬는 경우가 많았는데, 인상 깊게도 어린 환자는 굉장히 적극적이고 치료 계획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알레르기 질환에서는 알레르기 원인 환경을 관리하고, 증상을 경감하며 알레르기 염증을 억제하는 약물치료, 알레르기 항원이 명확히 밝혀진 경우 해당 항원에 대한 면역 반응을 교정하는 면역 치료, 그리고 환자가 질환 경과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치료를 올바르게 유지하게 하는 교육이 중요하다.

 어린 환자는 면역치료를 적용하면서 천식에 대한 흡입 스테로이드 치료를 규칙적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환자의 치료에 대한 이해와 꾸준한 노력이 많이 요구되는 치료였음에도 어린 환자가 치료 계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가족들은 앞으로 예상되는 경과에 대한 설명 및 환경 관리와 악화 시 대처 방법에 대한 상담을 진행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어쩌면 진료실에서 기대하는 이상적인 치료 결정 과정을 경험했던 시간이 아닐까 싶다.

 긴 십오 년의 치료 여정 동안, 약 5년간의 면역 치료를 완료해 가면서 복용하는 약물이 줄어들고, 이후 지속 사용하는 흡입 스테로이드 사용 용량도 감소하며 점차 증상이 사라졌다. 또한, 환절기 증상 악화가 일 년 이상 나타나지 않는 단계에 이르렀다. 긴 시간 동안 치료 효과가 바로 보이지 않아 속상했던 날도 있었고, 증상이 좋아져 약을 줄여가며 기분 좋았던 날도 있었다. 그렇게 어느새 중학생이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더니 지금은 30대 직장인이 되어 있었다.

 요즘은 버튼 하나만 누르거나 화면을 터치하는 것으로 즉각적인 반응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시대라 많은 환자들이 병원에 와서도 ‘바로 낫는 약’이나 ‘센 약’만을 더 원하는 듯하기도 하다.

 하지만, 알레르기 질환은 내 몸과 환경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며, 꾸준한 약물치료를 담당 의사와 상의해 조절해야 하는, 어쩌면 끝이 없어 보이는 치료 과정을 요구하는 질환이다. 이러한 점을 이해하고 따르는 것이 초스피드 시대에 점점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내가 만난 환자처럼 기나긴 알레르기와의 동행 동안 때때로 빠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실망도 하고 악화하여 속상함을 겪기도 했지만, 결국 어느새 점차 좋아져 약을 줄여가는 그 긴 여정을 기쁘게 완료하는 분들을 더 자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희망을 안고 있는 봄날의 알레르기 진료실이었다.

 김소리 <전북특별자치도 아토피-천식 교육정보센터장/전북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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