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개발사 노보 노디스크가 최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주요 임원진을 대대적으로 교체했다. 시장의 왕좌를 두고 경쟁사인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에 추격을 허용하면서 조직 개편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4일(현지시간) 노보 노디스크는 이달 7일자로 마지어 마이크 도우스다르 국제사업부문 부사장을 신임 CEO로 임명했다. 지난 10년간 국제사업을 이끌며 매출을 두 배 이상 성장시킨 마이크 도우스다르 신임 CEO는 노보 노디스크의 다음 성장기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인사의 배경에는 최근 흔들리는 노보 노디스크의 시장 입지가 있다. 경쟁사 일라이 릴리는 지난해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를 출시한 이후 자사의 GLP-1/GIP 이중작용제인 터제파타이드가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보다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는 임상 결과를 잇달아 공개하며 시장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기준 미국 내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시장 점유율에서 일라이 릴리는 53.3%를 기록하며 노보 노디스크(46.1%)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이로 인해 노보 노디스크의 주가는 올해 들어 46% 하락했으며 최근 2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연간 매출 및 영업이익 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일라이 릴리는 해외 시장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이달 중순 국내에서도 ‘마운자로’가 출시될 것으로 알려져, 비만약 판도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도 있다. 위고비는 국내에서 최근 야구선수 출신 이대호가 위고비로 다이어트를 하면서 20kg을 감량했다고 전해져 화제가 됐다. 가수 성시경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대호 정말 잘 먹더라. 위고비로 (식욕이) 많이 약해진 상태인데도 잘 먹더라"는 이야기를 전한 것이다. 이 외에도 개그맨 김준호, 유튜버 빠니보틀, 방송인 풍자 등도 위고비로 다이어트를 했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나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등의 해외 유명인의 다이어트 성공 비법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한편 지난 8년간 CEO를 맡아왔던 라스 프루에르가 요르겐센은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는 '오젬픽'과 '위고비'를 통해 글로벌 GLP-1 계열 치료제 시장을 선도하며 회사를 이끌어왔다.
노보 노디스크는 CEO 교체 외에도 전사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연구 및 초기 개발 부문과 임상 개발 부문을 통합해 새로운 연구개발(R&D) 조직을 출범시키고, 마틴 홀스트 랑게 부사장을 최고과학책임자(CSO) 겸 R&D 총괄로 임명했다. 랑게 CSO는 향후 비만 및 당뇨 분야 파이프라인 강화와 외부 협력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러한 조직 개편과 함께 위고비 초고용량(7.2mg) 출시하고 '먹는 비만 치료제' 개발을 위한 플랫폼 투자 등 반격을 위한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