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인코리아닷컴 이효진 기자] K-뷰티 대표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올해 2분기 엇갈린 실적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외 전반적인 매출 성장과 전략적 리밸런싱 성과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배 이상 급증한 반면 LG생활건강은 중국 시장 부진과 유통채널 재정비 여파로 영업이익이 65% 넘게 줄며 실적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 아모레퍼시픽, 글로벌 균형 성장으로 실적 반등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 950억원, 영업이익 80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9%, 555.5% 증가했다. 주요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 역시 매출 1조 50억원, 영업이익 737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11.1%, 1673% 급증했다.
아모레퍼시픽 국내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늘었고, 영업이익은 164% 증가했다. ‘설화수 윤조에센스’, ‘프리메라 비타티놀’, ‘아이오페 레티놀’ 등 럭셔리 제품군의 시장 반응이 긍정적이었고, e커머스·MBS 채널 중심의 리밸런싱 전략이 효과를 봤다. 데일리뷰티 브랜드인 미쟝센, 일리윤, 해피바스 등도 핵심 기능성 제품 매출이 고성장하며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해외 사업 매출은 14.4%, 영업이익은 611% 증가했다. 미주 시장에서는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 주요 브랜드 외에도 신규 론칭한 에스트라, 한율의 성과가 두드러졌고, EMEA(유럽 및 중동) 시장에서도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전체 시장에서 라네즈, 이니스프리 브랜드가 판매 호조를 보이며 매출이 18% 성장했다.
중화권에선 매출이 23% 늘었고, 사업 거래 구조 개선을 통한 비용 효율화로 2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기타 아시아 시장도 매출이 9% 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자회사들도 대부분 실적 개선을 이뤘다. 에뛰드, 에스쁘아, 오설록은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했고, 이니스프리는 매출은 9% 줄었지만 비용 효율화로 영업이익이 81% 늘었다.
# LG생활건강, 핵심 시장 부진…화장품사업 적자전환 ‘충격’
LG생활건강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 6,049억원, 영업이익 54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8%, 65.4% 줄었다.
북미와 일본 사업의 성장세는 지속됐지만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전통 채널 구조조정 등이 겹쳐 전사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가장 큰 타격은 화장품(Beauty) 부문이었다. 화장품 사업 2분기 매출은 6,0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4% 줄었고, 16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중국 시장 매출이 8% 줄면서 실적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LG생활건강 측은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원가 부담이 커진 데다 면세, 방판 등 전통 채널을 중심으로 국내 사업 구조를 재정비하면서 화장품 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회사는 면세·방판 등에서의 매출 의존도를 줄이고 북미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생활용품(HDB) 부문은 매출 5,420억원으로 전년 대비 2% 성장했다. 내수 부진은 지속됐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해외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닥터그루트(헤어케어)는 북미 아마존과 틱톡을 통한 마케팅으로 인지도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전년 대비 9배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했고, 유시몰(오랄케어)도 일본과 북미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그러나 마케팅 확대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286억원으로 7.1% 줄었다.
음료(Refreshment) 부문은 장마와 소비 둔화 등으로 매출이 4,583억원, 영업이익은 425억원으로 각각 4.2%, 18.1% 하락했다.
# 중국 의존도 차이가 성과 갈라
양사의 실적 차이는 중국 시장 의존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중화권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12% 수준에 그치는 반면, LG생활건강은 20% 안팎에 달한다. 최근 중국 럭셔리 화장품 시장이 둔화하면서 영향을 더 크게 받은 셈이다.
배송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은 중국 실적이 크게 축소됐지만 여전히 면세를 비롯한 대중국 매출 비중이 20%에 달한다”며 “면세 물량 축소를 시작으로 강도 높은 화장품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만큼 중국은 현지를 중심으로 재편하고 비중국에서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비용이 수반되는 만큼 당분간 실적 변동성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K-뷰티를 대표하는 양사의 실적 희비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중국을 넘어선 글로벌 시장 대응 전략이 향후 경쟁력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올해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이번 실적 발표 후에도 아모레퍼시픽은 “해외 시장에서 집중 성장 지역을 중심으로 한 유통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다양한 사업 모델을 시도하며 글로벌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LG생활건강은 미래를 위한 마케팅 투자를 지속하며 신성장 동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궁중 피부과학 럭셔리 코스메틱 ‘더후’는 지난 5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적인 예술 박람회인 ‘프리즈 아트페어’에서 하이엔드 안티에이징 화장품 ‘환유’를 선보이며 북미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또 LG전자가 운영해온 미용기기 브랜드 ‘LG 프라엘(Pra.L)’의 브랜드 자산을 인수해 ‘LG프라엘 수퍼폼 갈바닉 부스터’와 전용 화장품 ‘글래스라이크’를 론칭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현재 운영 중인 사업의 성장과 M&A(인수합병)를 통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등 근본적인 기업 가치를 개선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면서 “미래 성장을 위해 과거와 동일하게 M&A에 적극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