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D·화이자·BMS' 빅파마 구조조정…K바이오 기술수출에 '불똥'

2025-08-04

글로벌 제약사들이 잇따라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국내 바이오텍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단순한 인력 감축을 넘어 연구개발(R&D) 우선순위까지 재조정되면 이미 기술수출한 신약 후보물질 개발이 지연되거나 반환될 수 있고, 현재 기술수출을 추진 중인 물질들도 이전 시기가 늦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추가 기술수출 시 파트너사의 구조조정 가능성과 상업화 역량까지 고려한 신중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머크(MSD)는 최근 전 세계 인력의 약 8%에 해당하는 6000여 명의 감원을 단행하기로 했다. 연간 30억 달러(약 4조 1000억 원)의 비용 절감이 목표로 2027년까지 달성할 계획이다. 화이자 역시 2027년까지 총 77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재편과 공장 통합, 일부 임상 파이프라인 정리에 들어간 상태다. 이 외에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는 항암제·면역질환 분야에서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저성장 사업부 정리해 2027년까지 총 20억 달러를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일제히 긴축에 나선 이유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가 잇달아 만료돼 매출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MSD의 대표 항암제 '키트루다'는 2028년 미국에서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고, 화이자와 BMS가 공동개발한 항응고제 '엘리퀴스' 역시 같은 해 특허 보호가 종료된다. 엘리퀴스는 지난해 화이자 전체 매출의 12%를 차지하며 약 9조 9000억 원(74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주력 품목이다. 특허가 만료되면 바이오시밀러 및 제네릭과 경쟁이 불가피해져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불확실한 글로벌 제약시장 환경에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한 몫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약가 인하 공약을 다시 꺼내 들었고, 상호관세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알렉스 슈라이버 미국제약협회(PhRMA) 수석부사장은 “외국의 약가 통제 모델을 도입하면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정책 변화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빅파마들의 비용 감축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파이프라인 계약이 해지되거나 개발이 보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노피는 2019년 당뇨병, 심혈관 등 저성장 분야 R&D 조직 구조조정을 발표한 이듬해인 2020년 한미약품으로부터 기술이전했던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을 중단했고, 같은 해 9월 계약이 해지했다. 올 초 유한양행도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했던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 후보물질 ‘YH25724’를 기술반환 받았는데. 지난해 베링거인겔하임이 “우선순위가 명확한 주요 자산, 시장성 높은 혁신 신약에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기술수출 전략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과거에는 빅파마들이 다양한 후보물질 확보에 집중했다면 현재는 빠른 수익 창출이 가능한 영역이나 자사가 강점을 가진 분야에만 자원을 집중하는 추세”라며 “국내 바이오텍의 파이프라인이 개발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바이오 투자업계 한 관계자도 “국내 기업들은 기술수출 협상 시 해당 파트너사의 구조조정 배경, 투자 우선순위, 상업화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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