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4일째 '두문불출' 골프…SNS엔 "관세 폐지시 투자도 취소"

2025-09-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세운 경제와 안보 공약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항소법원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상호관세 부과가 위헌이라고 판결했고, 전쟁 종식을 자신하며 내놓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정상회담은 불발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마라톤 국무회의’ 이후 이틀 연속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백악관은 노동절(1일) 연휴 나흘 내내 “대통령 일정이 없다”고 공지했다. 주말 내내 골프장에 머문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폐지되면 투자가 즉시 취소될 것”이란 글을 올렸다.

나흘 연속 “일정 없음”…골프장에 나타난 비서실장

백악관이 공지한 1일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은 “일정 없음(no public events scheduled)”이다. 지난달 29일 이후 나흘째 무일정이다. 27일에도 JD밴스 부통령과의 비공개 오찬이 전부였고, 28일엔 정보기관 보고와 행정명령 서명식이 있었지만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6일 연속으로 대중 앞에 나서지 않자 소셜미디어엔 ‘트럼프는 어디에’, ‘트럼프 사망’이라는 해시태그가 붙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목격된 곳은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이었다. 30일엔 손자·손녀와 함께 골프장에 있는 모습이 촬영됐고, 31일엔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미식축구 선수 출신의 존 그루든과 골프를 치는 사진을 올렸다.

그런데 이날 백악관 기자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오후 4시경 골프장을 출발하기 전에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먼저 클럽 하우스 밖에 서 있다가 차량을 이용해 골프장을 떠났다. 휴일 골프장에서 긴급 보고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관세 폐지되면 15조 달러 투자 취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에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날 오전 11시 49분 골프를 쳤다는 사진을 올렸고, 오후 2시 1분 “관세, 그리고 우리가 이미 거둬들인 수조 달러가 없었다면 미국은 완전히 파괴되고 군사력은 즉시 소멸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리면서 “급진 좌파 판사 집단은 7대 4의 의견으로 개의치 않았지만, 오바마가 임명한 한 명의 민주당원은 우리나라를 구하기 위해 투표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골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였다. 관세 관련 글을 올린 시간은 2시였고, 와일스 비서실장이 골프장을 떠난 시간이 4시경인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장으로 달려간 수지 와일스 실장과 상호관세 부과가 위헌이라고 결정한 법원의 판단과 관련한 대화를 나눴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복귀한 이후인 이날 오후 8시 42분 재차 SNS에 “15조 달러 이상이 미국에 투자될 것”이라며 “이 투자의 대부분은 관세 때문이고, 급진 좌파 법원이 관세를 폐지하도록 하면 이 투자는 물론 그 이상의 투자가 즉시 취소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15조 달러에 韓의 3500억 달러 포함되나?

앞서 워싱턴 DC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행정명령의 근거로 삼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수입을 규제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지만, 행정명령으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항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0월 14일까지 판결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고, 최종 결론은 대법원이 내릴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소될 수 있다고 한 15조 달러의 내역은 설명하지 않았다. 그런데 15조 달러는 한국이 약속한 투자액 3500억 달러와 일본의 5500억 달러, 유럽연합(EU)의 6000억 달러를 합한 1조 5000억 달러와 단위만 다르고 숫자가 같다.

이와 관련 무역 협상 전문가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이날 링크트인에 올린 글에서 법원의 판결과 관련 “교역 파트너들이 멍한 채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것”이라며 “문서화된 내용 없이 구두로만 합의한 한국과 일본의 경우 법적 확실성이 더 뚜엿해질 때까지 더 낮은 자동차 관세를 압박하며 협상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외교 소식통은 “대법원 변론은 올겨울 이후에나 시작될 가능성이 있고, 관세 폐지가 결정되더라도 품목별 관세 등 다른 방식으로 관세를 강제할 가능성도 있다”며 “정상회담에서 문서화된 결론이 나오지 않은 배경도 여러 복잡한 상황이 감안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 전쟁도 위기…“양자회담 잘 모르겠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했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가능성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공개된 ‘데일리 콜러’와의 인터뷰에서 “(미·러·우) 3자 회담을 있을 것”이라면서도 “(러우·)양자 회담은 잘 모르겠다”거 말했다. 이어 “그들이 조금 더 길게 싸워야 할 수도 있다”며 자신이 주도한 평화 협상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불편한 속내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유럽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푸틴과 젤렌스키의 정상회담이 2주 이내에 열릴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가 언급한 양자 회담 개최의 2주 시한의 종료일은 이날(9월 1일)이다.

이와 관련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날 ZDF 인터뷰에서 “전쟁이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며 “희망을 포기하지는 않지만, 환상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지난달 28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도 “트럼프와 푸틴 대통령이 합의한 바와 달리 젤렌스키와 푸틴 대통령의 회담은 성사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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