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치광이 전략’으로 전 세계 정상들을 멘붕에 빠뜨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무사히 끝났습니다. 구부정한 자세에 뚱한 표정으로 앉은 트럼프 대통령, 그 앞에서 비위를 맞추는 타국 정상의 모습이 ‘꿀잼’이라는 듯 쳐다보는 미 당국자들 앞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대표단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피스 메이커”, “북한 트럼프 월드 골프” 등 달콤한 말을 쏟아내며 트럼프의 표정을 살피는 이 대통령의 모습은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양국은 지난 7월 말 한국이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 펀드를 구성하고 100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는 등의 조건으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무역 합의안을 마련했죠.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뒤집지 않은 점,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직접 표명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운치는 않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가 두 정상 간의 ‘말’로만 전달되고 있을 뿐 정리된 공식 문서는 없다고 합니다. 즉흥적인 트럼프의 스타일을 고려하면 언제 또 딴소리할지 모른다는 거죠. 주요 의제로 예상됐던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등 이른바 동맹의 현대화 이슈에 대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은 기존에 약속한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와는 별도로 1500억달러(약 209조원) 규모의 직접 투자 계획을 추가로 내놨습니다. 막대한 규모의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면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과 일자리는 무사할까요. 이런 와중에 트럼프가 자꾸 이번 회담이 잘됐다고 하니, 혹시 공개되지 않은 세부 내용이 미국에 유리하게 정리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나옵니다.
이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로 껄끄러운 한·일관계를 언급한 트럼프에게 “걱정하실 문제를 다 정리했다”, “여러 장애 요소가 많이 제거됐다”고도 했는데요. 강제징용·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와 대책이 미흡한 상태에서 아무리 트럼프 앞이라지만 과거사 문제를 정리 대상이나 장애 요소로 표현한 것은 세심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이번 회담은 미완성 상태이며 안보·통상 이슈는 트럼프 임기 내내 지속할 것입니다. “성공적인 정상회담”, “100점 만점에 120점” 같은 자화자찬보다는 후속 논의와 취약 부문·피해계층 지원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주 주간경향은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도 강릉 지역 현장 르포와 함께 폭염이 끌어올리는 밥상물가 문제를 짚어봤습니다. 조국 전 의원이 사면된 후 조국혁신당과 더불어민주당 간 미묘한 긴장관계가 조성되고 있는데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범여권의 역학관계를 전망해봅니다. 역사적 물건을 수집하는 박건호 역사컬렉터, 정치인들은 한 번씩 과외를 받는다는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이야기도 준비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