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직격탄 '철강도시' 포항...시장은 백악관서 피켓 들었다

2025-09-02

지난 1일 오후 3시(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앞.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었다. 피켓에는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철강 관세 부과를 멈춰주세요’라는 호소가 한글과 영어로 적혀 있었다.

이 시장 옆으로 미국에 사는 한인 동포들도 나란히 서서 ‘철강관세 철회’ ‘한국 철강에 대한 갑작스러운 고율 관세에 신중한 재검토를 부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에 동참했다. 버지니아한인회 소속 동포들이었다.

50% 철강 관세에 흔들리는 포항

경북 포항시는 최근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로 지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발 저가 공세와 건설 경기 악화에 따른 수요 부진에 더해 미국의 50% 관세 폭탄까지 삼중고에 빠졌다. 지난달 26일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국내 철강 제품의 관세 인하가 논의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발 50% 철강 관세 부과는 포항 지역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포항시에 따르면 국내 철강 ‘빅4 기업’으로 꼽히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그룹이 지난해 납부한 지방세가 157억원으로, 2022년 967억원보다 83.7% 급감했다. 철강 기업들이 모여 있는 포항 철강단지의 생산액도 줄줄이 감소세다.

지역 일자리가 줄면서 2022년 6월 포항 인구 50만 명 대가 깨진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48만명 대로 주저앉았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1제강·1선재 공장 폐쇄, 현대제철 포항2공장 휴업, 1공장 중기사업부 매각 등이 현실화되며 근로자와 청년들은 지역을 떠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28일 포항시를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시장은 이날 김덕만 회장을 비롯한 버지니아한인회 회원들과 백악관 인근에서 한국 철강 제품에 부과된 고율 관세의 재검토 필요성을 알리는 공동 캠페인을 펼쳤다. 정부가 포항을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하는 조치만으로는 복합 위기를 해소하기에 부족해 미국 정부와 시민사회에 직접 호소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살인적 관세 부과 정당화 안 돼”

이 시장은 “한국 철강산업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산업인데, 동맹국에 50%라는 살인적인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영국처럼 관세율을 최소한 25% 수준으로 조정하거나 제한적 쿼터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악관 앞 시위에 이어 포항시는 2일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글로벌 컨설턴트 DGA그룹을 방문해 철강 관세 인하 가능성과 대응 전략을 논의하는 한편 이들 기관을 통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위원회(ITC) 등에 한국 철강 제품 관세 인하 건의서를 전달했다.

포항시는 건의서를 통해 “한국과 미국은 70년 이상 굳건한 안보 동맹을 유지하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해 왔다. 한국산 철강은 미국 내 건설, 자동차, 에너지 등 핵심 산업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뒷받침해 왔지만 과도한 관세는 양국 간의 경제적 동반자 관계를 약화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속한 ‘K-스틸법’ 제정도 촉구

이어 “미국 정부가 한·미 동맹의 가치를 존중하고 포항 철강산업의 어려움을 깊이 헤아려 한국산 철강 품목에 대한 관세 장벽을 낮춰 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포항시는 여야 국회의원 106명이 서명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 일명 ‘K-스틸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 시장은 “철강산업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술 개발과 투자 확대가 필요한 상황”며 “K-스틸법 제정, 수소환원제철 연구개발 지원, 산업용 전기료 인하, 해저 전력망과 수소 배관망 구축 등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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