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 환자 132만여명…4년만에 20만명 증가
44세 남성 A씨는 20년간 담배를 피워온 당뇨병 환자다. 밤에 술을 마시고 자던 중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을 느끼고 119를 통해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진단 결과 ‘급성심근경색증’. 그물망을 삽입해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응급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이 시행됐다. 다행히 결과는 좋았다. A씨는 2박 3일만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전 세계 사망원인 1위이자 국내 사망원인 2위인 ‘심혈관질환’ 환자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고령화와 기름진 식생활로 인한 비만, 흡연, 미세먼지(미세플라스틱) 등의 요인이 맞물린 영향이다.
11일 세계일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요청해 받은 ‘심혈관질환 통계’를 보면 지난 한해에만 132만3247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4년 전(114만5499명)보다 20만명 가까이 늘었다.
특히 남성 환자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지난해 남성 환자는 82만5108명으로, 4년 전(68만5652명)보다 14만명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여성은 3만8000여명 늘었다.
심혈관질환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발생하는 심근경색·협심증·고지혈증·부정맥 등을 말한다. 쉽게 말해 혈관에 기름때가 쌓여서 피가 잘 통하지 않는 것이다. 심장에 피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심장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발병 원인으로는 가족력이 있고 흡연이나 비만, 당뇨 등의 후천적 요인이 있다.
안정민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지난 9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0대 이후 흡연하고 당뇨있고 비만인 경우엔 혈관 나이가 10년씩 더 늙는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미세먼지와 미세플라스틱 등 환경오염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미세먼지로 발병한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60~90%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안정민 교수는 “혈관을 막고 있는 기름때 성분을 분석해보면 미세먼지와 미세플라스틱이 나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환경오염 물질들이 혈관에 염증을 일으켜 동맥경화증을 악화시킨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심혈관질환의 경우 무엇보다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혈관이 완전히 막히게 되는 급성 심근경색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고, 급성 심근경색 환자 중 절반은 건강에 이상이 없던 환자들이여서 더욱 위협적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 정중앙 혹은 좌측에 심하게 조이는 듯한 통증이다. 안 교수는 “심하게 아픈 증상이 10분, 20분 이상 지속되면 빨리 병원 응급실로 와야 한다”며 “평소에도 빨리 걷거나 언덕 올라가거나 할 때 가슴이 쓰리듯이 아픈 증상이 있었다면 심근경색증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심혈관 질환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이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 관상동맥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65%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근력 운동을 병행했을 때 근육 손실을 방지하고 유산소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를 수 있다.
안 교수는 “평소 적당하게 골고루 먹는 식습관을 기르고 고지혈증의 경우엔 고지혈증 약을 섭취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고령층의 경우에는 감기나 독감에 걸리면 심근경색 위험이 높은 만큼, 독감 예방접종을 매년 권고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거나 황사가 심한 날씨에는 가급적 외출을 피하는 것도 혈관 건강을 위해 바람직하다. 환기는 미세먼지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때 약 5분 이내로 짧게 자주 하는 것이 좋다.
급격한 혈관 수축을 막으려면 몸이 찬 바람에 노출되는 것을 최대한 피한다. 특히 일교차가 큰 요즘과 같은 봄철엔 아침이나 저녁에 입을 외투를 챙겨 다니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진우 기자 realsto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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