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들의 상반기 경영 전략 회의 시즌이 성큼 다가왔다. 올해는 조기 대선을 비롯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여파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격화하고 있는 만큼 이를 돌파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적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주요 의제로 자리할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매년 6월과 12월 상반기와 하반기에 걸쳐 주요 경영진과 해외법인장 등이 사업 부문별 주요 현안을 공유하고 영업 전략을 짜는 글로벌 전략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회의에선 예년과 같이 연이은 토론을 통해 경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사업부진의 요인으로 꼽히는 반도체(DS) 부문의 경쟁력 강화 방안과 더불어 호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품목인 갤럭시 신작의 준비 상황과 판매 전략에 대한 논의가 오갈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오는 7월 갤럭시Z 폴더7과 플립7 공개를 앞두고 있다.
특히 전체 사업 부문에서 불필요한 부분은 제외하고 반드시 필요한 사업에는 과감한 투자로 경영 효율을 높이는 방향에 대해서도 논의가 오갈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과감한 결단만 봐도 그렇다.
이 회장은 이 달 들어 유럽 최대 냉난방공조(HVAC) 기업인 플랙트에 15억 유로(약 2조4000억 원)을 투자, 인수한데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 영역을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복제약)·신약 개발로 인적분할을 단행하는 등 중대한 결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앙공조 기술에 강한 플랙트 인수가 개별공조(덕트리스)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자에게 큰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삼성전자는 기대하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 역시 바이오 사업부의 이해충돌을 조기에 해소하고 경쟁력을 가속화한다는 의도가 담겻다. 그간 시장에선 복제약을 수주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신약 개발 자회사(삼성바이오에피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경계해왔다.
이 모든 것은 실용 중심의 전략 수립을 통해 불확실한 대외환경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다. 따라서 내달 예정된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에서도 군더더기는 덜어내고 반드시 필요한 사업에는 과감한 투자로 경영 효율을 높이는 방안 모색에 힘을 쏟을 것으로 관측된다.

LG그룹은 올해 매년 5~6월 개최했던 전략보고회를 생략하고 계열사 별로 투자 점검 회의에 집중하기로 했다. 예년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주재로 2주에 걸쳐 전략보고회를 열고 AI 등 미래 사업에 대해 점검했으나, 올해는 투자 점검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계열사와 사업본부별 신속한 대응책을 마련해 실행하려는 차원이다. LG그룹 관계자는 "투자점검 관련 회의는 매년 해왔는데, 올해는 전략보고회를 안 하는 만큼 투자 계획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계열사 별로 설비 투자를 늘리는 한편 B2C(기업-소비자간거래) 중심에 머무르지 않고 B2B(기업간거래)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데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올해 설비 투자에 전년 대비 20% 늘어난 약 4조3345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프리미엄 생활가전을 비롯한 B2B 제품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또 LG디스플레이의 경우 고부가가치 제품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재편하는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