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무궁무진…'어떻게 쓰느냐'가 미래 경쟁력 좌우할 것" [서울포럼 2025]

2025-05-28

“많은 기업이 인공지능(AI) 에이전트(비서)를 업무에 도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질의응답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치열한 산업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AI를 활용한 다양하고 복잡한 데이터의 분석·응용 능력이 관건이 될 것입니다.”

2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5’ 세션 프로그램에 참석한 국내외 전문가들은 AI 응용 능력이 기술 패권 시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AI 활용이 이를 기반으로 인간의 능력도 함께 발전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제조업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갖춘 한국이 AI 응용 시대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하인드 크레이텀 팰런티어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은 ‘생활 혁명: 일상·산업에 스며든 AI’라는 주제로 열린 세션1 행사에서 “많은 기업이 데이터를 대시보드 수준에서 단편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챗GPT 같은 생성형 AI도 챗봇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 세계 기업들이 AI 에이전트를 앞다퉈 도입했지만 단순 문답 형식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에 그쳐 업무 혁신을 끌어내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크레이텀 총괄은 AI를 기반으로 한 업무 혁신을 이끌기 위해 제조업을 예로 들며 AI를 통한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품 조달부터 생산, 납품, 고객 피드백 처리 등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AI 분석으로 쉽게 이해하고 대부분 의사 결정을 자동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재고 확인, 물류 경로 최적화 등 인간의 업무를 AI가 업무 데이터를 기반으로 1차적으로 판단하고 더 나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학습하게 만들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AI는 단순 챗봇이 아닌 조직의 복잡한 의사 결정을 함께 수행하는 전략적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챗 인터페이스(챗봇)도 워크플로에서 중요하지만 이는 AI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의 일부에 불과하며 일상적 업무에서는 AI 활용 분야가 훨씬 많다”면서 “(기업들이) 챗봇만 생각하지 말고 과제를 어떻게 자동화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AI 혁신의) 목표를 삼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 바둑기사 출신인 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공학과·AI대학원 특임교수도 ‘인간과 AI의 공존’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AI 알파고는 2016년 이 교수와 대국에서 4대 1로 승리하며 인간이 지배하던 바둑계를 위협했지만 현재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인간 바둑기사는 AI를 활용해 실력을 쌓고 바둑 해설도 전문화하는 등 바둑계가 더 발전했다는 게 이 교수의 전언이다. 그는 “AI는 누구나 쓸 수 있는 평등한 도구이지만 바둑기사별 활용 능력에 따라 실력 차이는 천차만별로 나타난다”며 “AI가 판을 보여주면 고수는 전략을 짜고 하수는 해설로만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둑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AI는 단순 기술이 아니라 더 넓은 길을 만드는 도구로 의미가 있다”며 “그 의미를 해석하고 실전에 활용하는 능력에 따른 격차는 기존보다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피력했다. 기존 바둑에서 절대 시도하지 않았던 공격 방식을 AI가 해내자 인간을 넘어섰다는 두려움보다는 그 방식을 연구하고 응용하면서 더 나은 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AI 응용과 관련 자동차·가전 등 제조업에서 강점을 갖춘 한국이 경쟁에서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글로벌 3위 완성차 그룹인 현대자동차그룹은 3월 미국 조지아주에 완공한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공장에서 주요 공정과 품질 점검을 AI를 통해 자동화했다. 차체 색상을 입히는 도장 공정은 100%, 의장 공정은 40%의 자동화율을 달성했다. 패널 토론에 참여한 주시현 현대자동차 로보틱스랩 상무는 “AI를 통한 자동화로 체감상 20~30% 이상의 생산성이 향상됐다”며 “AI를 활용하는 회사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이들을 대체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가전 업계도 AI를 일상에서 구현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보나 삼성전자 DA사업부 CX 인사이트 그룹장(상무)은 “삼성전자는 핸드폰과 TV·가전 등 생활 전반에서 걸쳐 넓은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어 AI 활용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며 “AI 연결 서비스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4억 명 이상의 가입자 수를 확보하고 2억 대의 연결 기기 수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김영준 LG전자 인공지능연구소장(전무)도 “AI 기반 대규모언어모델(LLM) 도입을 통해 단순히 기기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같이 판매하며 고부가가치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참가자들은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AI 기술력은 결국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데 달려 있다는 것이다. 주 상무는 “AI 시대에서는 우수한 엔지니어 1명이 다른 개발자와 협업해 남들은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시대”라며 “이런 측면에서 현업에서 좋은 엔지니어를 뽑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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