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축구의 상징이자 ‘성역’으로 불린 산 시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AC밀란과 인터밀란은 6일 산 시로 경기장과 부지를 1억9700만 유로에 매입하고, 기존 경기장을 철거한 뒤 7만1500석 규모러 신축 구장을 공동 건설하기로 확정했다. BBC는 “새로운 구장이 프리미어리그와 경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1926년 첫 경기를 치른 산 시로는 20세기 이탈리아 축구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시설 노후화와 현대적 인프라 부족으로 유럽축구연맹(UEFA)은 이미 유로 2032 개최 경기장에서 산 시로를 제외했다. 파올로 스카로니 AC밀란 회장은 “산 시로는 우리의 역사이지만, 더 이상 현대 축구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새 구장은 밀란과 인테르 모두의 미래를 위한 필수적 투자”라고 밝혔다. 두 구단은 새 경기장을 공동 사용하며 건설과 운영 비용을 분담할 예정이다.

산 시로는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주 산 시로에 있는 축구장이다. 수용 인원은 8만18명으로 유럽에서 손꼽히는 대형 경기장이며, 이탈리아 최대 축구장이다. 세계적인 록 밴드 U2는 2005년과 2009년 투어를 통해 이곳을 가득 메우며 이탈리아 팬들의 열광적인 합창을 이끌어냈다. 이탈리아 록의 상징인 바스코 로시는 ‘산 시로의 제왕’이라 불릴 만큼 수차례 단독 콘서트를 열며 6회 연속 매진 기록을 세웠다. 또한 세계적 팝스타 마돈나는 1987년 Who’s That Girl World Tour를 시작으로 여러 차례 산 시로 무대에 올라 이 경기장을 패션과 음악이 어우러진 글로벌 아이콘의 무대로 만들었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세리에A는 세계 최고 리그였다. 그러나 이후 정치·경제 불안, 구단 소유 구조의 혼란, 낮은 중계권 수입 등으로 쇠퇴의 길을 걸었다. 이탈리아는 2000년 이후 12차례 총리가 교체될 만큼 불안정했고, 두 구단 역시 이탈리아 기업가에서 중국 자본, 최근에는 미국 투자펀드로 잇따라 주인이 바뀌었다. 경제 전문지 일 솔레 24 오레의 마르코 벨리노자는 “정치·재정 위기가 이탈리아 축구의 비즈니스 구조를 약화시켰다”며 “이제서야 구단들이 지속 가능한 기업형 운영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24년 UEFA 자료에 따르면, 밀란과 인터는 각각 유럽 구단 매출 순위 13위와 14위에 그쳤다. 두 구단의 연매출은 약 3억5000만 파운드로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튜 유나이티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셰필드할럼대 스포츠재정학자 댄 플럼리는 “세리에A 전체 매출이 프리미어리그보다 40억 유로 뒤처져 있다”며 “방송권 수익 격차를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에, 경기장 수익 다변화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의 두오모 성당 못지않게 상징적 존재인 산 시로는 수많은 전설을 낳았다. 발롱도르 수상자 안드리 셰브첸코는 “산 시로에서 뛰는 것은 감정과 역사가 뒤섞인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새 구장이 그 전통을 최대한 존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10년간 단 9개 구장만 신축 또는 리모델링됐다. 반면 프리미어리그는 24개, 분데스리가 19개, 라리가 15개다. 새 밀라노 구장은 약 15억 유로가 투입되며, 좌석의 7분의 1이 기업용 스위트석으로 구성된다. 콘서트와 e스포츠, 전시회 등 비축구 이벤트도 정기적으로 유치할 계획이다. 플럼리 교수는 “새 구장은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라, 연중 365일 운영되는 복합 비즈니스 허브가 될 것”이라며 “이탈리아 축구 상징인 산 시로를 떠나야 하지만, 변화는 두 구단 생존을 위한 필연”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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