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주 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논설위원

대한민국 헌법 전문 중에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용어가 있다. 그러나 제헌헌법 제정 당시에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용어가 없었다. 나중에 독일 헌법에 거론된 다음에 헌법상 제도로 도입된 것이다.
독일기본법 제1조에 규정된 내용이다. 여기서 우리가 봐야할 것은 대한민국 헌법이 1948년 제정됐지만 독일기본법은 1949년에 제정되었다. 당시 전범 국가였던 독일은 새로 헌법을 제정하면서 나치에 대한 반성 등에 고민이 생겼다. 그런 고민을 떨치기 위해 새로 도입된 규정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관한 규정이었다.
대한민국 제1공화국이 헌법을 제정할 당시에는 1948년 즈음에 알려진 외국 헌법 규정 등을 참고해야 했으므로, 전혀 새로운 규정을 헌법에 규정할 처지는 아니었다. 게다가 누구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개념 자체를 알지도 못했다.
독일 헌법상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나치에 대한 반성,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했던 전체주의 사상 및 그 체제에 대한 반성의 발로에서 도입된 개념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헌법상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것, 한마디로 민주주의가 무너지지 못하게 지탱하는 일종의 탄탄한 방벽이라고 해석 가능한 것인가? 전혀 그렇지는 않다.
굳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을 확실히 이해하려면 다음의 사실을 먼저 알아야 한다. 나치 이전 바이마르공화국 당시 민주주의는 ‘다수결’에 절대 의존했다. 그 딜레마가 뭐였냐면, 다수결로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후 바이마르공화국이 다수결로 나치 전체주의로 변질돼 버린 것이다.
그 때 민주주의 핵심은 다수결이니 어쩔 수 없다는 기조가 주류였다. 히틀러의 나치가 민주주의를 하지 않고 전체주의를 하겠다면서 다수 국민의 지지를 얻어 집권하니 어쩔 수 없다는 기조였다. 다수결로 민주주의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독일인들은 그런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다수라 하더라도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이치를 깨닫게 된 것이다. 민주주의는 그 ‘근본 가치’ 없이는 붕괴돼 버린다는, 그래서 나치처럼 된다는, 다수의 지지를 받더라도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어떤 기준이 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바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였던 것이다.
1972년 유신헌법에서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하여 주권을 행사한다’는 규정을 새로 두었다. 이는 사법부의 독립 및 권력의 분립 등이 깨지면, 민주주의가 깨지는 것, 이것은 다수라고 해도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적 다수보다는 인류 역사의 경험을 통해 검증된 역사적 다수가 우선 한다’는 말이 있다. 일시적 선전선동에 의해 잘못된 판단을 하거나, 히틀러를 유능한 지도자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니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으로 확인되면, 그런 식의 주장을 하는 정당이나 개인을 위헌심판을 통해 다스려야 한다는, 엄격한 요건을 통해 위헌정당 해산 심판을 할 수 있게 하는, 바로 그 핵심요건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고 본 것이다. 요새 여야 정당 간 ‘헌법상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바꾸자’는 이전투구를 떠올려보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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