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넘게 흙 속에 잠들어 계신 분을 마주했을 때 가슴이 먹먹하고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분들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있기에 반드시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다짐하곤 합니다.”
인터넷 강의와 역사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큰별쌤’으로 잘 알려진 ‘스타 역사 강사’ 최태성 별별한국사연구소장은 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의 유해를 발굴해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응당 국가가 해야 할 도리”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사 대중화를 위해 활발히 활동 중인 최 소장은 지난해 8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의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그에게 홍보대사는 단순한 명예직이 아닌 ‘역사에 무임승차하지 않기 위한 작은 실천’이다. 최 소장은 한 방송 촬영을 계기로 유해발굴감식단의 활동을 처음 접했고 유해발굴감식단의 제안으로 홍보대사를 맡게 됐다고 한다. 그는 “6·25전쟁 당시 전사한 한국군과 유엔군은 17만여 명이고 이 가운데 12만여 명이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유해를 가족에게 돌려보내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유전자 시료 채취가 필수적이지만 여전히 많은 국민이 유해발굴감식단을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유해 발굴 사업은 6·25전쟁 50주년 기념 사업의 일환으로 2000년부터 육군본부가 3년간 한시적으로 실시했다. 이후 국방부는 전사자 유해 발굴을 계속해야 한다고 결정하고 2007년 1월 유해발굴감식단을 창설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최 소장은 “유전자 시료 채취는 전사자의 친·외가를 포함해 8촌까지 신청할 수 있다”며 “거주 지역 보건소나 보훈병원·군부대 등에서 할 수 있고 방문이 어려우면 유해발굴감식단이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가족이 유전자 시료를 제공하면 발굴된 유해의 신원 확인에 큰 도움이 된다”며 “이런 정보를 전국에 널리 알리는 게 나의 중요한 임무”라고 부연했다.

그는 지난달 유해 발굴 현장을 직접 다녀왔다. 당시 방문한 곳은 경기 가평군 청평면 상천리 329고지 일대다. 1951년 5월 국군 2·6사단과 미 7·24사단이 중공군에 맞서 싸운 가평·화천 진격 작전이 벌어진 곳이다. 최 소장은 “유해 발굴 현장에서 흙과 함께 묻혀 있는 유골을 마주한 순간 그냥 가슴이 먹먹했다”며 “이분들 덕분에 지금 내가, 우리가 이 나라에서 이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저 감사할 뿐이었고 이분들이 70여년 전 전장을 누볐다고 생각하니 숨이 멎는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가 바라보는 유해 발굴 활동은 6·25전쟁 전사자의 유해를 가족들에게 돌려보낸다는 것과 함께 ‘국가란 무엇인가’를 되새기게 하는 일이다. 최 소장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이 산천 어디엔가 묻혀 있는 전사자들을 국가가 기억해 찾아내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며 “훗날 우리나라가 또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 같은 전례를 통해 국민들이 국가를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유해 발굴 활동은 정치와 이념을 떠나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북한도 유해 발굴 활동에 있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남북이 공동으로 유해 발굴을 하기로 했지만 북한의 소극적인 자세로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며 “산 자와 산 자의 만남이 이산가족 상봉이라면 죽은 자와 산 자의 만남은 또 다른 형태의 상봉이기에 북한도 유해 발굴에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호소했다.
고교 역사 교사를 그만두고 교육방송(EBS) 등에서 강의하며 활발한 저술 활동을 펴고 있는 최 소장은 유해발굴감식단 홍보대사 활동에 관해 ‘역사에 대한 빚을 갚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누군가의 피와 희생 속에서 지금의 시간과 공간을 누리고 있는 우리들은 모두 역사에 빚을 지고 있다”며 “그 빚을 갚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할 수 있는 작은 역할이 유해발굴감식단을 알리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 한 분이라도 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며 “그분들의 귀환은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고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나라를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