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젖은 빨래 한 장이 치명적인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아프리카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룬드파리(Lund's fly) 유충이 사람의 피부 속으로 파고드는 '구더기증(Myiasis)'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룬드파리는 습하고 어두운 환경에 알을 낳는 특성이 있어, 건조 중인 젖은 옷이나 침구류가 이상적인 번식 장소가 된다. 이 알이 피부에 닿으면 유충이 인체로 침투하면서 감염이 시작된다.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캠퍼스 수의대의 토니 골드버그(Tony Goldberg) 교수는 “지인이 베개를 다림질하지 않아 얼굴에 유충 50마리가 붙은 채로 깨어난 사례도 있었다”며 일상 속 감염 위험을 강조했다.
골드버그 교수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인의 여행 빈도 증가와 기후 변화로 룬드파리 유충 감염은 점점 흔해질 수 있다”며 “이는 더 이상 열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감염이 발생하면 유충은 갈고리 모양의 입으로 피부를 파고들며 성장한다. 이 과정에서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 피부 속에서 꿈틀대는 움직임, 부종과 염증이 동반되며, 심한 경우 조직 괴사나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골드버그 교수 자신도 과거 아프리카 우간다 키발레국립공원 방문 후 겨드랑이에서 룬드파리 유충이 발견되는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그는 “임신부의 뱃속에서 생명이 꿈틀대는 공포 영화 장면 같았다”고 회상했다.
전문가들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모든 옷과 침구류는 반드시 다림질 등으로 열을 가해 살균해야 하며, 해외 여행 시에는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감염이 의심될 경우, 병변 부위에 바셀린을 발라 유충의 호흡을 차단하는 응급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직접 짜거나 긁지 말고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골드버그 교수는 “기생파리 연구는 단순한 학문이 아니라, 다가오는 감염병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경고”라며 “젖은 빨래가 감염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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