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취업' 계약학과 급증…삼성·SK·LG 인재 쟁탈전

2025-09-11

반도체서 배터리·통신까지…대기업들 계약학과 러시

"업무적응 빨라" 호평…"미래기술 주도 인재" 고민도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국내 주요 기업들이 대학 입학과 동시에 취업이 보장되는 계약학과를 잇따라 확대하고 있다. 반도체 중심에서 출발한 계약학과는 최근 배터리, 디스플레이, 통신 등으로 확산되며 공학분야 전반으로 저변을 넓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조치는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장기적 인력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반도체서 배터리·디스플레이로 확대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계약학과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6년 삼성전자가 성균관대에 반도체학과를 신설하며 처음 등장했지만, 현재는 SK와 LG 등 다른 기업도 해당 제도를 활발하게 운영한다.

계약학과는 기업이 대학과 계약을 맺고 특정 분야 인력을 양성하는 제도로, 장학금 지원과 국내외 연수, 인턴십 프로그램, 취업 보장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연세대(서울)·성균관대·포항공대·한국과학기술원(KAIST)·광주과학기술원(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국내 7개 대학과 손잡고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도 고려대(서울), 서강대, 한양대(서울)와 협력하고 있다.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통신 분야에서도 계약학과를 확대하는 추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세대, 고려대 등에 배터리 스마트팩토리학과를 설립했다. 삼성SDI는 서울대·포스텍·카이스트 등에서 인재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SK온도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에 계약학과 설립해 맞춤형 연구 인력을 조기 확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 외에 LG디스플레이와 LG유플러스, LG CNS도 각각 연세대(서울), 숭실대, 중앙대에 계약학과를 신설해 인재 확보에 나섰다.

◆글로벌 경쟁 속 맞춤형 인재 육성

기업들이 계약학과를 확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심화하는 글로벌 경쟁 구도 속 인력난이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주력 산업은 장기적으로 고급 기술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계약학과는 학생 선발 단계에서부터 기업과 연계해 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에 맞춤형 인력 양성이 가능하다. 입학과 동시에 취업이 보장되는 만큼 학생들에게는 안정적인 진로가, 기업에는 장기적 인력 파이프라인이 제공되는 셈이다. 기업들은 이 과정을 통해 연구개발 역량을 조기에 내재화하고,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입을 뽑으면 실무 교육을 진행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계약학과 인력들은 이 시간을 단축해 빠른 업무투입이 가능하다"며 "기업 입장에선 안정적인 인력 충원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졸업생 현장 투입 성과…'질적 고도화' 과제

실제 계약학과 졸업생 다수는 기업에서 연구·생산 인력으로 활동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유튜브에 따르면, 실제 계약학과를 졸업 후 회사에 입사한 직원은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갈 곳이 정해져있다는 것이 안정감을 준다"며 "배터리에 대해 석사수준 지식을 갖고 입사하니 업무 적응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계약학과가 기업과 학생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효과적인 산학협력 모델로 평가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계약학과는 기업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며 "장기적인 인력 파이프라인 구축을 통해 인력난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업계 내부에서는 질적 고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 맞춤형 인력 양성을 넘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혁신 인재 육성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초기 계약학과가 기업의 즉시 투입 가능한 실무 인력 양성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미래 기술을 주도할 창의적 인재 육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aykim@newspim.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