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뉴욕에 있는 컬럼비아대의 한국계 미국인 학생 로이 리는 자신이 만든 클루리(Cluely)라는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해, 아마존, 메타, 틱톡 등 유명 기업의 개발자 인턴십에 합격했다. 온라인 면접 등에서 클루리는 인터뷰 PC 화면과 음성 대화 내용을 신속하게 처리해, 지원자만 보이는 화면에 정답을 지원하는 내용을 제공했고, 로이 리는 이 과정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마존은 컬럼비아대에 알려 로이 리의 징계를 요구했고, 그는 자퇴했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샘 올트먼이 걸은 대학 중퇴자라는 초특급 엘리트 코스에 합류하게 됐고, 같은 이름의 회사 클루리는 53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회사는 남녀 소개팅에서도 이 방법을 활용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여성 파트너가 문화 예술 등에 대한 어려운 견해와 질문을 이야기할 때, 클루리는 적절한 멘트를 제공해서 첫 만남을 성공으로 이끈다는 스토리다.
필자는 지난 20여년간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위한 모든 시험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왔고, 2022년 11월 챗GPT가 나오고 나서부터는, 모든 시험에서 AI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왔다. 며칠 전에는 시험을 앞둔 학부생에게 시험 시간에 클루리와 같은 AI 도구를 사용해도 되고, 심지어는 장려한다고 밝혔다. 모든 사람이 실무와 생활을 할 때 인터넷을 사용하고 AI를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무엇을 외워서 답하도록 하는 교육을 하기보다는,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인터넷, 디지털, AI 도구를 최대한 활용하는 교육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그러한 제도를 실행해왔다.
모든 은행은 은행 창구 직원들에게 클루리 같은 커닝 도구를 지급해야 한다. 창구 직원들은 여신 고객과 상담할 때 클루리로부터, 이 고객에게 어떤 대출 상품을 제공하는 게 좋은지, 정부의 어떤 정책자금과 결합한 대출 상품을 제공하는 게 좋은지 등 도움을 받아 고객도 모르는 사이에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 본사 직원은 창구 직원으로부터 걸려 오는 하루 수백통의 전화를 받느라 녹초가 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그 시간에 클루리가 더 잘 답변하도록 데이터 품질을 높이는 게 더 스마트한 일이 된다. 고객은 클루리를 잘 사용해서 대출 업무를 빨리 처리하는 은행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클루리는 창구 직원과 본사 직원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도와주고, 그들의 성장을 도우며, 고객의 만족을 돕는다. 필자는 2023년 모 은행과 유사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마인드를 바꾸고, 제도를 만들어 실행하면 된다.
남녀가 소개팅할 때 클루리의 도움을 받는다면, 커플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상대방의 어려운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AI의 도움을 받아 대화를 이어가게 되면, 서로에게 빨리 실망하기보다는 서로의 관심 분야에 대해 배워가는 재미를 느끼게 될 수 있다. 어렵사리 시간을 내서 만난 상대와 성사가 되는 게 서로에게 이익이다. 클루리는 두 남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두 남녀를 돕고, 두 남녀 간의 인간관계를 돕는다.
클루리와 같은 AI 도구를 모든 재학생에게 다 수준 높게 교육해서 능숙하게 활용하도록 하는 대학이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이 대학의 재학생, 졸업생들은 사회에서 훨씬 더 효율적이고 창의적이고 체계적으로 일하게 될 것이고, 각종 인간관계도 더 원활히 해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일에서 성과를, 개인 생활에서 행복을 성취하게 되어 이 대학 출신들의 명예가 높아지게 되면, 그것이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가는 길이다. 먼저 마인드를 바꾸고, 제도를 도입하고 실행하는 대학이 최고가 될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마인드를 바꿔서, AI를 고객으로 빨리 모시는 제도를 실행하는 기업이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빨리 가게 될 것이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러 들어온 AI 에이전트를 거부하기보다는 반기는 기업, 사람이 들어오는 것 이상으로 AI가 들어오는 것을 환영하고 할인해주는 기업이 더 빨리 성장할 것이다. 인터넷 로그인 등을 할 때,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데 사용하는 캡차(CAPTCHA·컴퓨터와 인간을 구별하기 위한 완전 자동화된 공개 튜링 테스트)와 같은 것들은 구시대의 유물이 될 것이다.
세계 최대 e커머스 기업인 아마존은 올해 3월 노바 액트(Nova Act)라는 AI 에이전트를 공개하며, “웹 브라우저를 사용해 사용자를 대신하여 쇼핑과 주문을 수행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상품 검색부터 가격 비교, 장바구니 담기, 결제 및 주문 완료까지 사람의 개입 없이 수행할 수 있으며, 심지어 여러 사이트의 특정 상품 재고와 할인 정보를 추적해 최적의 구매 시점을 포착하는 능력도 갖췄다.
지난 4월 아마존은 모바일 앱에 '나 대신 사줘(Buy for Me)'라는 기능을 시험 도입했는데, 아마존이 취급하지 않는 제품도 사용자를 대신해 다른 웹사이트에서 구매해주는 서비스다. 사용자가 아마존 앱에서 원하는 상품을 검색하면, 타사 쇼핑몰의 해당 상품을 보여주고 '나 대신 사줘' 버튼을 통해 아마존의 AI가 그 사이트를 직접 방문, 구매 절차를 진행한다. 아마존 AI 에이전트는 사용자 이름, 배송지, 결제 정보를 자동으로 입력해 주문을 완결짓는다.
이미 실무계와 업계에서는 AI에게 어떻게하면 잘 보일까가 하나의 화두, 숙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은 나와 나의 회사, 나의 사업이 검색 엔진에 잘 걸려나오고, 소셜미디어에 멋지게 표현되는 것이 중요했다면, 요즘은 챗GPT나 클로드, 퍼플렉시티, 제미나이, Grok3 등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AI 기반 답변 엔진에 내가 어떻게 잘 소개되는지가 중요해졌다. 변호사, 보험설계사, 교수, 음식점, 관광지, 회사, 국가 등이 다 마찬가지다. 검색엔진최적화(Search Engine Optimization: SEO)를 넘어서 답변엔진최적화(Answer Engine Optimization: AEO)가 이미 많이 연구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각종 AI 에이전트에게도 잘 보여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AI 에이전트 최적화(AI Agent Optimization: AAO)시대가 오는 것이다. 물론 AEO와 AAO 모두 AI 최적화(AI Optimization: AIO)라고 부를 수도 있다. 요컨대, 모든 경제 주체는 AI 에이전트들이 무엇인가를 요청할 때, 이를 무상으로 또는 유상으로 잘 제공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자기의 사업이, 자기의 브랜드가, 자기의 제품과 서비스가 더 많은 AI 에이전트들에게 노출되어, 궁극적으로 그 AI 에이전트들의 주인인 사람들에게 전달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돈은 사람에게 제공되는 가치의 이하로만 되돌려지게 마련이다. 결국 사람과 다른 모든 경제 주체 간에는 AI 에이전트들이 체인처럼 얽히게 될 것이다. 사람과 AI 에이전트 간에는 말로, 영상으로, 행동으로 소통이 이루어지겠지만, AI 에이전트와 경제 주체 간, 특히 디지털화된 또는 지능화된 경제 주체 간엔 나름의 표준적인 방식의 의사소통이 필요하고, 이른바 AI-비즈니스 연결 프로토콜 표준이 필요하다. 그것의 한 예가 최근 급부상한 MCP(Model Context Protocol)이고, AI와 AI 간의 연결 프로토콜은 구글의 A2A 등 다양한 표준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물론 필자는 MCP와 같은 AI-비즈니스 연결 프로토콜 표준은 필요할 수 있지만, AI와 AI 간의 소통 표준은, 비즈니스 레이어에서는 만들기 어렵다고 예상한다. 일부 기술 구현 레이어에서는 구글의 A2A 등의 표준이 검토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결국 모든 법적, 생물학적 책임을 질 인간과 법인이 AI와 닿는 그 지점에 대한 인정과 인증 체계가 필요하다. 로봇, AI 에이전트가 잘못하더라도 이들은 신체적 형벌, 감정적 처벌, 법적 처벌이 불가하므로, 사회 주체가 될 수 없다. 결국 사람과 법인에 연결돼야 하고, 이들 AI가 잘하거나 잘못하는 것은 모두 인간과 법인에 귀속돼야 한다. 인간과 법인이 AI에 의해 이득도 얻고, 손해와 처벌도 받을 수 있는 제도와 구조를 생산적으로 효율적으로 그리고 인간 중심으로 설계하는 사회와 국가가 번영하게 될 것이다.
한국이 AI G3로 가는 길에는 100조원, 200조원이라는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제도를 창의적, 선도적으로 구현하고 실천하는 마인드·실행력·결단력이 가장 중요하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대학 빅데이터 응용학과 교수 klee@khu.ac.kr
〈필자〉KAIST에서 경영과학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고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 로보틱스연구소와 MIT, UC버클리에서 연구했다. 미국인공지능학회(AAAI)가 수여하는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을 네 차례 수상했고 AI 매거진(Magazine) 등 국제학술지에 40여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 빅데이터응용학과, 첨단기술비즈니스학과 교수이며 빅데이터 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