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에서 모자도 준비한 ‘마스가 프로젝트’…국내 공동화 우려

2025-08-03

산업부가 챗GPT로 직접 디자인한 뒤 제작 의뢰

“골프와 빨간 모자 선호하는 트럼프 취향 고려”

한·미 조선 산업 협력, 일명 ‘마스가(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는 관세 협상을 크게 진전시킨 핵심 카드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협상하며 공개한 사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마스가 모자’를 제작해 가져가 미국 측을 설득했다. 민간과 정치권은 각각 마스가 태스크포스(TF)·법안을 만들어 지원에 나섰지만, 미국에 지나치게 집중된 투자로 국내 조선업이 공동화되는 것 아니냐는 등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산업부 국장, 과장 서기관들이 혼연일체가 돼서 (마스가 프로젝트) 방안을 만들었다”며 “모자도 디자인해 10개를 가져갔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어 “(마스가 프로젝트) 프로그램 자체가 매우 탄탄하다”며 “이런 상징물(모자) 같은 거를 만들 정도로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마스가 모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캠페인 구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가 담긴 모자를 변형한 형태다. 마가 문구 중간에 ‘조선(Shipbuilding)’을 넣고, 문구 위로 성조기와 태극기를 새겨 넣었다. 모자 측면에는 ‘EST. 2025(2025년 설립)’이라는 글자도 넣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조선해양플랜트과 아이디어로 지난 6월 초부터 챗GPT를 활용해 디자인한 것”이라며 “3~4개 시안이 있었는데, 골프를 선호하고 빨간 모자를 즐겨 쓰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고려해 이 디자인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산업부가 서울 동대문의 한 모자 제작업체에 의뢰해 만든 마스가 모자는 관세 협상이 급진전함에 따라 워싱턴 직항 항공기를 통해 김정관 산업부 장관 등 협상단에 전달됐다. 협상단은 이 모자와 마스가 프로젝트 개요를 담은 그림판을 가져가 트럼프 대통령,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등 미 고위급에 양국 산업 협력의 필요성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미국 현지 신규 조선소 건설뿐 아니라 기존 조선소 인수, 선박 건조, 공급망 재구축, 유지·보수·운영(MRO), 인력 양성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는 마스가 프로젝트를 위해 1500억달러(약 208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조선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과 국회도 마스가 프로젝트를 뒷받침하기 위해 나섰다. 국내 3대 조선사인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은 최근 TF를 만들었고,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한·미 간 조선산업의 협력 증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마스가 지원법)을 대표 발의했다. 마스가 지원법의 주요 내용은 한·미 협력 기금 조성, 협의체 설치, 미 군함 유지·보수·운영을 위한 특화단지 조성 등이다.

조선업계에서는 마스가 프로젝트를 활용한 관세 협상 합의로 급한 불은 껐지만, 오히려 장기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투자에 지나치게 집중할 경우 국내 조선업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고, 미국 조선 생태계는 사실상 황무지라 협력에 따른 시너지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선업계 전문가는 “국내 조선사들이 진출하더라도 잘 따져봐야 한다”며 “잘못하면 코만 베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며 “멀리 길게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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