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비밀병기'는 '마스가' 모자…"조선업 없었으면 평행선"

2025-08-04

김용범 "우리가 디자인해 10개 가져가"

조선 협력 투자 패키지 '마스가' 설명

美 러트닉 장관 "그레이트 아이디어" 호평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정부의 한미 관세 협상 '비밀병기'는 조선 분야 협력 카드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가 쓰여진 빨간 모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미 관세 협상을 진두지휘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사실 조선업이 없었으면 협상이 평행선을 달렸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마스가 모자의 실물을 공개했다. 붉은색 바탕의 모자에는 미국의 성조기와 한국의 태극기가 박혀있고, 그 아래로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쓰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모자'를 흉내 낸 것이기도 하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만나는 자리에 이 모자와 대형 패널 등을 가져가 조선 협력 투자 패키지인 마스가에 관해 설명했으며, 러트닉 장관은 "그레이트 아이디어"(Great Idea)라며 호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은 "우리가 디자인해서 미국에 10개를 가져갔다"며 "이런 상징물을 만들 정도로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이 모자는 산업부 조선해양플랜트과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6월 초부터 인공지능(AI) 챗GPT를 활용해 디자인된 것이라고 한다. 관세 협상에서 중요한 카드로 제시할 한미 조선 협력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마스가' 슬로건을 만든 산업부 직원들이 이를 각인시키기 위해 한 장의 그림과 함께 마스가 모자도 미리 제작해 준비했다고 한다.

마스가 모자는 3∼4개의 시안이 있었지만 논의 끝에 붉은색 모자 위에 성조기와 태극기를 배치하고, 흰색 실로 글씨를 새긴 현재 디자인으로 결정됐다. 골프를 좋아하고 빨간색 모자를 즐겨 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고려한 것이었다.

한국 협상단은 이후 러트닉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수행을 위해 스코틀랜드로 가자 따라서 움직였다고 한다. 김 실장은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미팅이 제일 실질적이었다"며 "협상이 타결될 수 있는 '랜딩존'(landing zone·착륙지)이 보였다"고 회고했다.

스코틀랜드 출장에 대해 김 실장은 "내부적으로 참 많은 격론이 있었다. 입장이 다르니까 고성도 있었고 찬반이 있었다"며 "너무 매달리는 인상을 주면 오히려 협상에 불리하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전했다.

협상 과정에서 재계 총수 등의 민간 노력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김 실장은 "민간 라인을 통해 '대한민국은 최선의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협상 기간 동안 미국을 방문했다.

한국 정부는 또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을 끝까지 염두에 뒀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타결 직전 협상 조건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김 실장은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하면 (백악관에서) 그냥 나와야 했을 것"이라며 "어떻게 그 앞에서 내용을 고친다고 하겠나"라고 설명했다.

pcja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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