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조선소, 70년대 용접기 쓰더라"…'MASGA' 숙련공 확보도 관건

2025-08-03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기여한 대미 조선업 투자 펀드, 일명 ‘마스가(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의 실행 전략에 이목이 쏠린다. 노후한 미국 조선업에 약 1500억 달러(약 209조원)를 투자해 K조선의 기술력과 생산성을 이식하는 게 목표다. 성공한다면 한국은 안보·산업 두 측면에서 한·미 동맹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한국 조선사들은 해외 진출을 위한 날개를 달 수 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마스가는 한국 기업들의 발을 묶는 ‘늪’이 될 위험이 있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마스가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미국 조선 시장에서 기회를 공동으로 모색하자는 취지다.

조선업계에선 마스가의 성공을 위해선 미국 현지에서 ‘숙련 인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노동집약적인 조선업에는 대규모 숙련 인력이 필요한데,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조선업이 쇠락하면서 교육·산업 현장에서 조선 전문인력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그룹의 경우, 결국 국내에서 숙련 인력 50여 명을 미국으로 파견했다. 현지 교육생들에게 용접 등 핵심 기술을 훈련시키기 위해서다. 한화는 현재 1800명인 현지 조선소 인력을 2030년까지 3000명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HD현대도 서울대·미시간대와 협약을 맺고 한국 조선소에서 기술훈련을 시켜 미국으로 보내는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한 조선업체 임원은 “미국 조선소에 가보니, 한국이 1970~80년대에나 쓰던 용접기를 쓰고 있더라”며 “시설 현대화 외에도 인력을 뽑고 가르치는 게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저임금의 해외 인력 투입이 가능한 제도를 신설하게 해달라는 등 현지 지원책을 미국 정부에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현지에서 인력을 열심히 육성한다 해도 미국 조선소에서 고부가가치 선박을 건조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제작한 선박 블록을 미국 조선소에서 조립하는 등 다양한 협업을 시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려면 미국 조선소의 문턱을 낮춰야 하는데 이 숙제가 만만치 않다. 양국 정부 간 협의와 지원이 필요한 영역이다. 미국에서 건조해 미국 승무원이 운항하는 상선만 미국 항구에 입출항하도록 규제한 ‘존스법’ 개정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글로벌 경쟁을 차단해 미국 조선소들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든 법으로 꼽힌다.

미 군함은 미국 내에서만 건조하도록 제한한 ‘반스-톨레프슨 수정법’도 걸림돌이다. 중국의 해군력 증강을 의식하는 미 의회는 이 법의 예외를 인정하고 동맹국 조선소에서 군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을 지난 2월 발의했다. 이 법안 통과 시 한국 조선사들은 한·미 양쪽 조선소에서 배를 건조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1일 ‘한·미 조선산업 협력증진 및 지원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해 국내에서 미 군함 등을 건조할 수 있는 방산기지 특별구역을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한국 조선업계는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국 조선업이 미국에 진출했을 때 과실을 기대한다. 특히, 대기업의 미국 진출과 함께 선박엔진 등 기자재의 공급망 시장 확장 효과가 클 수 있다고 본다. 이장현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국내 강소기업들이 대기업과 동반 진출한다면 한국 조선 산업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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