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 앞세운 '개발 잭팟'…중동 GCC 기회 잡는 韓기업들

2025-08-02

트럼프발(發) 관세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는 와중에도 중동 걸프협력회의(GCC) 지역은 ‘오일 머니’ 기반 국부펀드를 통해 에너지·인공지능(AI) 등 신산업 개발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발전·인프라 사업 진출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2일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6월 GCC 지역 수출은 12억36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7% 늘어났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수출 증가율(4.3%)을 2배 넘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GCC는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오만·바레인 등 아라비아 반도 6개국이 결성한 국제기구다. GCC가 발주한 프로젝트는 중동 전체 프로젝트 발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동 경제를 선도하고 있다.

수출 품목별로 살펴보면 압축기(146.6%)·변압기(137.8%)·고압전기기기(52.4%)·원자로(7.6%)·전선(5.9%) 등 발전·인프라 관련 품목 수출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이는 GCC 중심으로 개발 프로젝트가 확대되면서 한국 기업의 참여 기회도 늘었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GCC 프로젝트 발주 트렌드는 ‘주거 건설, 석유·가스’ 중심에서 현재 ‘레저·복합·서비스 건설, 전력·교통·담수 인프라’로 다변화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UAE는 ‘UAE 디지털정부 전략 2025’,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전 2030’, 오만은 ‘오만 비전 2040’ 등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하는 대표적인 한국 기업은 한화·두산 등이다. 한화파워시스템은 최근 3년간 GCC 국가들에 연평균 30여대의 압축기를 수출하고 있다. 압축기는 오일·가스, 발전플랜트 등에 두루 사용되는 제품으로, UAE·사우디·카타르 등에서 꾸준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한화파워시스템 관계자는 “중동에서 한국산 압축기가 ‘최고의 맞춤형(Best Tailor-made)’ 제품으로 평가받으며 매년 수출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기존 UAE 아부다비 서비스센터에 이어 올해 사우디 담만 지역에 신규 서비스센터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지난 4월 3400억원 규모의 스팀터빈·발전기 공급 계약을, 지난 5월엔 1300억원 규모의 연료전환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5년간 6조원이 넘는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손승우 두산에너빌리티 파워서비스 BG장은 “중동 지역에서 지난 40년 이상 쌓아온 신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주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K-원전 진출도 2009년 UAE 바라카를 기점으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한전 중동지사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UAE, 바레인 등 3개국에서 11개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용량 기준으로 최근 5년간 수주한 사업의 98%가 중동에서 나올 정도로 중요성이 커졌다. 지난달엔 두산에너빌리티와 함께 참여한 가스복합발전 사업에서 프로젝트파이낸스(PF) 계약을 체결해 총 5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중동 지역은 고질적인 지정학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둘러싼 분쟁은 현재 진행 중이고,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중동 진출 기업들은 역내 안보 악화와 물류 리스크를 항시 안고 있는 셈이다. 유가에 연동된 민감한 경제 구조, 왕정·관치 특유의 관료주의 장벽 등도 걸림돌이다.

다만 중동 분쟁이 격화될수록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GCC 국가들로 부의 이동이 더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트라 관계자는 “지정학적 패러다임 변화로 UAE·카타르·사우디아바리아 등 상대적으로 안전지대인 경제 허브로 부가 쏠릴 수 있다”며 “GCC를 중심으로 중동·아프리카·서남아시아를 잇는 물류 허브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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