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저율관세할당(TRQ)이나 할당관세는 농업·농가 보호에 방점을 두고 있다. TRQ는 일정 시장접근 물량의 관세는 낮게, 이를 넘어서는 양은 높게 부과해 수입으로 국내 민감품목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 성격을 갖는다. 할당관세도 농업경영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여러모로 활용해온 게 통상적이다. 그런데 요즘은 농축산물 수급과 물가안정이라는 명목 아래 수입량을 늘리는 수단으로 변질된 상황이다.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분별한 증량 사례는 차고 넘친다. 더구나 TRQ로 낮춘 저율의 관세를 할당관세로 한번 더 깎는 동시 적용 품목도 느는 추세다. 제도를 남용하는 것 아니냐는 농가들의 불만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다.
감사원이 최근 공개한 ‘농산물 수입 감사보고서’는 이런 비판이 억지스럽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22년 7월부터 2024년 9월까지 TRQ 증량 결정 과정에 일부 졸속 심의가 있었음이 확인돼서다. 농식품부의 농축산물무역정책심의회는 촉박하게 서면심의만 거쳤고, 필수 제출자료조차 부실했다고 한다. 기획재정부 또한 누락된 자료를 추가로 요청하지 않은 채 관세심의위원회를 통해 증량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요구로 실시된 이번 감사는 절차적 타당성 준수 여부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물가안정 효과나 운용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검증이 빠져 아쉬움이 남지만 제도 정비의 필요성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다.
우선 TRQ 증량이나 할당관세 부과가 생산농가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수급 계획 등을 꼼꼼히 점검한 뒤 엄정하게 심의할 수 있도록 현행 규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또 이해당사자인 농민의 대표들을 심의위원회에 의무적으로 참여시키는 등 운용방식 개선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 여러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고 하니 TRQ·할당관세가 농업·농가 보호에 제대로 쓰이도록 논의를 서둘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