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30일로 22대 국회 임기 1년이 지났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대규모 산불 등 초대형 악재가 연이어 터진 가운데 국회는 1년간 사실상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양곡관리법’ 개정 논란으로 임기를 시작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도 특별한 성과를 못 낸 채 향후 풀어야 할 숙제만 잔뜩 쌓아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한 결과 지난해 5월30일 임기를 시작한 22대 국회에 2일 기준 1만385건의 법안이 제출됐다. 이 중 국회를 최종 통과(대안 반영 포함)한 법안은 1642건(15.8%)이다.
농업분야 상임위인 농해수위에선 745건의 법안이 제출돼 80건(10.7%)이 통과됐다. 대표적인 게 ‘푸드테크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다. 이에 따라 푸드테크산업에 대한 체계적 지원 근거가 마련됐다.
산불·산사태·산림병해충에 대한 총체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산림보호법’에서 산림재난 방지와 피해지 복구·복원에 관한 사항을 분리한 ‘산림재난방지법’도 제정됐다.
이밖에 하천구역에 소재한 농지 중에서 하천 점용허가를 받고 친환경농사를 짓는 경우 기본직불금을 지급하는 등 공익직불금 지급 요건을 개선한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처리됐다. 농어촌유학에 대한 지원 근거를 마련한 ‘도시와 농어촌 간의 교류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2023년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주키니호박 사태’를 계기로 식물검역 대상물품 부정유통에 대한 벌칙을 강화한 ‘식물방역법 개정안’ 처리도 성과로 거론된다.
국회 전체로 눈을 넓히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3%로 올리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처리됐다. 13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낸 사안이다.
이런 성과에도 22대 국회 1년에는 좋은 성적을 주기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개원 반년 만에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고 이후 정치권이 극단으로 대립하면서 국회가 굵직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해수위 역시 국회 개원 직후부터 ‘양곡관리법’ 등 쟁점 법안을 두고 거대 양당이 반목하다 비상계엄 이후로는 정치권 국지전의 전장으로 전락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일도 있었다. ‘2025∼2029 제1차 공익직불제 기본계획안’과 ‘농지제도 개혁방안’ 등 농정 향방을 좌우할 안건들이 농해수위에 올라왔지만 논의는 모두 대선 이후로 미뤄졌다.
향후 재가동할 국회에선 직불제와 농지 등 중차대한 사안은 물론 농업 쟁점 법안에 대한 재논의 등 과제가 쌓여 있다. 국민적 관심이 식기 전에 산불 관련 법안을 매듭짓는 일도 중요하다. 국회는 산불 피해지역에 대한 지원 확대와 피해 복구제도 개선을 논의하기 위한 산불피해지원대책특별위원회를 5월 가동했다.
거대 정당이 ‘한우법’에 대한 이견을 해소하면서 입법 첫단추를 끼운 일(농해수위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 처리)은 향후 국회에서 그나마 기대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각 상임위는 민생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고, 농해수위도 쟁점 법안을 두고 반목과 갈등하는 모습만 부각됐다”면서 “21대 국회부터 이어진 이같은 흐름이 새 정권 출범 후 재가동하는 국회에선 달라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석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