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의 농정 비전에서 두드러지는 기치는 ‘선진국형 농가소득망과 재해안전망 도입’이다. 통계청의 ‘2024년 농가경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당 농업소득은 957만6000원으로 내려앉았다. 최근 3년간 소득 변동폭도 -26.8∼17.5%로 널뛰며, 농가는 낮은 소득과 급격한 등락이라는 이중고에 놓여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과 가격안정제…제도화될까=이 대통령이 제시한 소득안전망 구상 가운데 주목도가 높은 건 ‘양곡관리법’ 개정이다. 여대야소라는 새로운 정치 구도 속에서 법안 처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약집에서 ‘양곡관리법’을 개정해 논 타작물재배를 확대하고, 쌀 및 식량작물의 적정 가격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국회에서 여야간 치열한 공방을 불렀던 대표적 쟁점 법안이다. 전 정권에서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했지만 대통령의 두차례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막혀 끝내 빛을 보지 못했다.
‘주요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이 이뤄질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가격안정제는 시장가격이 기준가격에 못 미칠 때 손실 일부를 보전하는 제도로, 민주당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제도화하려 했다. 윤석열정부는 이에 ‘농업수입안정보험’ 확대로 맞대응하면서 ‘가격안정제’와 ‘보험’이라는 두 축으로 소득안정 정책이 양분되는 흐름도 나타났다.
최근 민주당이 두 제도를 병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호보완적 운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준가격 설정 방식에 따라 두 제도가 효과적으로 연계될 수 있다고 바라본다. 기준가격에 따라 재정 소요도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제도화 과정에서 이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농가 부담 덜 ‘필수농자재 지원’과 직불제 확대=농업소득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생산비 급등에 대응한 ‘필수 농자재 국가지원제도’도 농가 기대가 큰 공약 중 하나다. 민주당은 비료·사료·유가·전기요금 등 농자재 가격 인상분의 일부를 보전해 농가 부담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투입재 지원이 세계무역기구(WTO)의 농업보조총액(AMS)에 포함될 수 있어, 국제 무역 규범과의 충돌 가능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민주당이 구체적인 공익직불제 확대 구상을 내놓은 가운데 예산이 ‘얼마나’ 확대될지도 쟁점이다. 가격 안정, 청년농 지원, 기후변화 적응, 동물복지 등 새로운 공익직불제를 도입하고, 기존의 전략작물직불(식량안보·생산조정), 탄소중립직불, 친환경농업직불제도 등을 확대 개편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제시된 소득 안정 정책들과 함께 추진되는 만큼, 직불금 예산 확보 여부가 공약 실현을 좌우할 전망이다.
◆농어촌기본소득·햇빛연금…주목받는 이재명표 소득 정책=이재명표 ‘기본소득’ 정책의 하나로 불리는 ‘농어촌기본소득’은 대선 과정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로 재임 중 농촌기본소득을 국내 최초로 추진했다. 경기도와 연천군은 2022년부터 연천군 청산면 주민에게 월 15만원을 지급했다. 국민의힘 등에서 연 5조∼15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 소요를 문제 삼자, 이 대통령은 “전면 도입이 아닌 인구소멸 위기가 큰 지역에 순차적으로 도입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농어촌기본소득과 연계 추진이 예상되는 ‘햇빛연금’ 공약도 관심을 모은다. 민주당은 공공비축 농지에는 영농형 태양광을, 주택 지붕이나 유휴 부지에는 10∼20㎾(킬로와트)급 소형 태양광 설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20㎾급 소형 태양광 설치를 지원해 월 40만원의 소득을 창출하겠다는 구체적 수치를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실현을 둘러싼 과제는 만만치 않다. 태양광 시설 난립으로 인한 농촌 난개발 우려, 보조금 재원 확보 문제, 매전단가 등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햇빛연금이 안정적인 농가 소득원으로 작동하려면,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정밀한 재정 시뮬레이션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