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편성 작업 본격화
새 정부, 경기 침체에 재정 투입 필요 판단
李대통령 직접 TF 주재… 규모·방식 점검
“재정의 마중물”… 40조로 확대 가능성도
민생 위한 지역화폐 예산 대폭 증액 관측
일각 “업종별 쏠림” 지적… 보완책 제기
“대상서 학원 빼고 고령층 지원안 있어야”
이재명정부가 출범과 함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 침체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민생 안정을 위한 대규모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 후 첫 행정명령으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한 뒤 첫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회의에서는 추경을 포함한 즉각적인 경제 회생정책 추진을 위한 구체적 방식과 절차, 규모 등이 점검된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 편성이 본격화하면서 규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30조원 이상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으며, 당선 이후에는 ‘30조원+a’로 확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추경 규모가 40조원이 넘는 ‘슈퍼추경’ 가능성도 점쳐진다.
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날 내 추경안 국회제출을 목표로 편성 작성을 진행 중이다. 이는 이 대통령이 전날 비상경제점검TF에서 “민생 위기에 대응하려면 재정이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한 데 따른 조치다.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 부진에 미국발 관세전쟁까지 겹치면서 심각한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주요 경제기관들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0%대로 하향조정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재정의 마중물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추경 규모도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추경 규모가 40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최근 비공식 회의에서 ‘민생안정 및 경기대응 목적의 추경은 최소 35조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내부 보고서를 회람한 것으로 전해졌다.
‘슈퍼 추경’이 예고되면서 지역화폐 관련 예산도 대폭 증액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재명정부 초대 정책실장으로 거론되는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전날 “민생(예산)으로 돌아가는 부분 중 상당 부분은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로 발행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은 지난 2월 국민 1인당 25만원,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한부모 가족에는 추가 1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 등 35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제안한 바 있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대책은 지역화폐 발행 지원 사업과 달리 긴급재난지원금에 가깝다. 지역화폐 발행 지원 사업에서 말하는 지역화폐는 지자체가 발행하는 일종의 상품권으로 통상 7~10%의 할인율이 적용되며, 할인액의 일정 비율을 중앙정부가 국비로 지원하는 형태다.

다만, 소비쿠폰이나 지역화폐 모두 내수 진작 효과를 높이기 위해 보완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업종별 쏠림 현상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역화폐 발행의 원래 목적과 달리 학원 교육비, 사치품목 등도 사용처에 포함됐던 탓에 경기 회복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송경호 조세재정연구원 정부투자분석센터장은 “지역화폐의 업종별 쏠림 현상이 심한데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면서 “지역화폐 목적이 소상공인 지원이지 소비자 지원이 아니기 때문에 대상 업종에서 학원은 빼는 게 맞는 방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골프용품 구매를 제한하는 식으로 업종 코드나 매출액을 엄밀히 따져야 한다. 사용 대상을 줄이면 지역화폐 효과는 확실히 나타날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광범위하게 사용처를 잡기보다는 소상공인 대상으로 사용하게 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지역화폐는 단기성 경기부양 정책이라는 측면에서 재정 집행이 경기부양에만 집중해야 하느냐는 의문”이라면서 “고령화로 인해 재정 상황이 계속 악화될 것을 감안하면, 엄밀한 분석을 통해 적정 비율의 현금성 지원과 투자성 지원을 잘 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종=안용성·이희경 기자, 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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