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 논의, 농가 퇴로 열어둬야

2025-06-01

농사용 전기료 인상으로 부담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본격적인 여름철로 접어들며 농가들이 긴장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최근 4년간 수요가 많은 농사용 전기(을·저압) 요금을 74% 인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장기간 지속된 폭염으로 농사용 전기 수요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올여름에도 지난해 이상의 무더위와 한전의 전기료 추가 인상이 예정돼 있어서다. ‘농사용 전기(을)’는 주로 원예작물 재배와 축산 등에서 쓰는데, 양곡 생산을 위한 필수 시설 가동 등에 소요되는 ‘농사용 전기(갑)’보다 가격이 두배쯤 비싸다.

문제는 농가들의 어려운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는 데 반해 비용은 늘어나는 데 있다. ‘2024년 농림어업조사’ 결과 농업소득은 다시 1000만원 밑으로 후퇴했다. 농업소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영비가 계속 늘어난 탓이다. 이런 점을 감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5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서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 차액보전 예산을 편성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늘어난 정부 부채로 재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2차 추경 일정은 오리무중이지만, 농가들은 이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절박한 심정이다.

누적 적자로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는 한전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위기에 처한 농가 경제를 감안, 퇴로를 열어놓고 농사용 전기료 인상 논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의 2차 추경과 에너지 비용 지원방안이 수립될 때까지 농사용 전기료 인상 논의를 보류하는 것이다. 가격이 저렴한 농사용 전기(갑)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거나 부가가치세 면세를 적용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정치권과 정책협약식을 체결하고 필수 에너지비용 국가지원 사업을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도 있다.

농사용 전기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농업인력 감소와 극단적인 이상기후 등으로 스마트팜 확대는 물론, 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 혁신기술 도입은 필수다. 농사용 전기는 국가의 미래와도 직결돼 있다. 우리 농업의 백년대계는 물론 먹거리 안보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농사용 전기료를 다뤄야 하는 이유다. 농가 부담 완화 대책을 마련한 뒤 농사용 전기료 인상을 논의하는 것은 그 첫발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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