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럼피스킨 발생에 따른 농가 살처분 보상금을 줄이겠다고 하자 한우·낙농가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염병 발생 후 살처분 보상금 지급기준을 변경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령’을 5월27일 개정·공포했다(본지 5월30일자 9면 보도).
개정령은 럼피스킨이 발생한 농가는 방역 책임을 물어 살처분 보상금의 20%를 깎을 수 있게 했다. 종전엔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소 브루셀라병, 뉴캣슬병, 사슴 결핵병만 보상금을 감액할 수 있었는데 럼피스킨을 추가한 것이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축산농가는 이미 법에 따라 적절한 방역시설을 갖췄고, 방역기준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면서 “잘하는 농가에 혜택을 주기보다는 못하는 농가에 벌을 주는 방식을 고수하는 정책은 구태의연하다”고 평가했다.
한 낙농가는 “럼피스킨은 모기·침파리와 같은 흡혈곤충이 옮기는 병으로 외국에서 유입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제역에 이어 추가로 살처분 보상금을 줄이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낙농산업이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란계농가의 보상금 감액기준을 완화했지만, 이 또한 논란거리다. 개정령은 최근 1년간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지 않았고, ‘방역기준 유형 부여제도’에 참여해 높은 등급을 받은 농가는 방역 위반사항이 있더라도 항목별로 가축 평가액의 10%를 돌려받을 수 있게 했다.
대한산란계협회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농가 방역관리 수준 평가제·등급제’와 연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농가 등급제는 농가간 불필요한 차별과 행정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철새를 통한 유입 등 고병원성 AI 발생 원인을 뚜렷하게 밝혀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살처분 보상금 감액으로 농가를 옥죄는 것은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농식품부 방역정책과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은 이미 관련 생산자단체와 여러차례 협의를 거쳐 도출한 것으로 현장에 큰 혼선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개정령은 농가의 방역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고, 농장 단위 자율 방역체계를 구축하는 데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