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트럼프 ‘취향 저격’ 선물 공세···환대 속 일렁인 ‘아베 그림자’

2025-10-2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28일 첫 정상회담은 ‘트럼프 맞춤형’ 카드를 총동원한 구애 작전을 방불케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친구’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연상시키는 발언과 선물이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이날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 예정된 정상회담 시작 시간을 조금 넘겨 입장하면서 회담의 문을 열었다. 그는 영빈관에서 기다리던 양국 각료들을 향해 “늦어서 실례했다”며 “트럼프 대통령 방에서 야구를 보고 왔다. 1대0으로 (LA)다저스가 이기고 있다”며 인사말을 건넸다.

미국 월드시리즈 3차전 LA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경기를 언급한 것이었다. LA다저스에는 일본 출신 선수인 오타니 쇼헤이가 소속돼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아베 신조 전 총리에 대한 오랜 우정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는 생전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등으로 두터운 친분을 다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베 전 총리가 생전 사용했던 골프 퍼터와 일본 골프 스타 마쓰야마 히데키의 친필 사인이 담긴 골프백, 금박 골프공을 선물했다. 아베 전 총리 통역으로 활동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과거 ‘작은 총리’라 불렸던 다카오 스나오 외무성 일미지위협정실장이 통역을 맡는 등 회담 준비 과정에서도 “(아베 정권) 당시 인맥과 경험을 총동원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전 총리와 (그의) 후계자를 자임하는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이도록 트럼프 대통령에게 인상을 주는 것”이 다카이치 총리의 관계 구축 전략이었다고 해설했다.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계획이 전해진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살 요소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는 태국·캄보디아 휴전, 중동 휴전 협상 등을 언급하며 “짧은 기간 안에 세계는 더 평화로워졌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눈앞에서 칭송했다. 아베 전 총리도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상 수상 후보로 추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내년 미국 건국 250년을 맞아 워싱턴에 벚나무 250그루를 기증하겠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호응하는 접대도 눈에 띄었다. 정상회담이 열린 영빈관 앞에는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의 픽업트럭이 전시됐다. A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미국산 차량을 구매하지 않는다고 자주 불만을 표해 왔다”며 “다카이치 총리는 포드의 F-150 트럭 구매 가능성을 포함해 매력 공세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산 쌀로 만든 닭고기 리조토, 미국산 소고기로 만든 스테이크 등 점심 식사 메뉴도 전략적 선택이란 평가를 받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오찬 중에는 일본 기업의 대미 투자 현황을 보여주는 지도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다카이치 총리에게 화답했다. 그는 “우리가 만나기 전부터 그(아베)는 당신을 칭찬했다”며 “당신의 총리 취임을 아베가 알았다면 매우 기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다카이치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전 때 사용한 문구 ‘일본이 돌아왔다’(Japan is Back)가 새겨진 검정 모자에 함께 사인하기도 했다. AP 통신은 여타 정상회담 자리에서는 공개적으로 상대에게 면박을 주던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에게는 칭찬 일색이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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