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해공항서도 춤출까…예포 21발로 방한 일정 시작, 李와 관세 담판

2025-10-2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오전 부산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8년 만의 국빈 방한 일정을 시작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착 직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로 이동해 한·미 정상회담, 최고경영자(CEO) 서밋 연설 등 일정을 소화한 뒤 이튿날 역시 국빈으로 방한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대면한다. 정부는 이들을 포함, 방한하는 모든 정상급 인사에 의전과 경호 모두 ‘최고급 예우’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김해공항 영접은 외교부 장관 또는 차관이 맡을 전망이다. 지난 8월 이재명 정부 들어 첫 국빙 방한이었던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경우 조현 외교부 장관이 성남 서울공항에서 맞이했다. 통상의 국빈 방문 절차에 따라 의장대가 도열하고, 국가 원수를 최고로 예우한다는 의미의 예포 21발 발사도 이어질 계획이다.

한국의 환대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아세안(ASEAN) 정상회의가 열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을 때도 화려한 영접을 받았다. 전용기 ‘에어포스원’이 말레이시아 영공에 진입하자 공군 F-18 전투기가 공중 호위를 펼쳤고, 공항에는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와 군 의장대와 전통 의상을 입은 무용단이 출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먹을 쥐고 팔을 흔드는 특유의 춤을 약 10초간 선보이며 화답했고, 환영단이 건넨 성조기와 말레이시아 국기를 좌우로 흔들기도 했다.

다만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국빈 의전은 최고 수준으로 진행하되, 전투기 호위나 과도한 연출 등은 자제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 21개 회원 정상과 고위급 인사들이 순차적으로 방한하는 만큼 모두 세심히 배려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김해공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인 경주 힐튼호텔 및 APEC 정상회의장인 경주 화백컨벤션센터(HICO)가 있는 경주 보문단지까지 거리는 약 90㎞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기간 전용 리무진인 ‘더 비스트(The Beast)’와 전용 헬기 ‘마린 원(Marine One)’을 번갈아 이용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부 고속도로를 이용한다면 1시간 내로 부산에서 경주에 다다를 전망이다. 경주 일대는 이미 ‘진공 경호’ 체제에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에 앞서 이날 일본에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와 회담했는데 미·일 정상 간 ‘케미스트리’를 한·미 정상과 견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의 ‘국민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大谷 翔平)가 출전한 메이저리그 경기를 함께 시청했고, '마린 원'으로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를 찾아 미국의 원자력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에 오르는 일정도 소화할 예정이다. 두 정상은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공통분모로 대화하며 신뢰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 역시 지난 8월 말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에서 140분동안 대화 속에 서로를 ‘피스 메이커’와 ‘페이스 메이커’로 부르며 우호적 분위기를 연출한 만큼 이번 경주 회담에서도 그런 흐름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에서 마지막까지 관심을 끄는 돌발 변수는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며 29~30일로 예정된 1박 2일 방한 일정을 연장하거나 대북 제재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식으로 여지를 남겼다.

경주에서 판문점까지는 헬기로 약 1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다. 2019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판문점에서 인사하고 싶다”는 트윗을 올린 지 30여 시간 만에 실제 회담이 성사됐던 전례를 감안하면 한·미 양국 모두 동선과 경호 측면에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북한은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러브콜’에 침묵 중이다. 북한의 절대적 ‘뒷배’인 시 주석이 오는 30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해 트럼프 대통령과 미·중 담판을 앞둔 만큼 북한이 이 시점에 관심을 분산시키거나 미국과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1년 만에 이뤄지는 시 주석의 국빈 방한을 앞두고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수준의 최고 예우를 김해공항 입국부터 방한 기간 내내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30일 열릴 미·중 정상회담은 이례적으로 김해공항 내 공군기지 의전실 ‘나래마루’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크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오는 31일부터 이틀 동안 열리는 APEC 정상회의 본행사에도 참석해 차기 주최국의 정상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낼 전망이다.

시 주석은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약 8㎞ 떨어진 경주 코오롱 호텔에 머무를 예정이다. 정상 전용 숙소(PRS)는 방탄유리 등을 갖추도록 리모델링을 거쳤다고 한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