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장애인 치과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저는 지금 제 역할을 할 뿐”

2025-05-09

덴탈아리랑 스페셜 인터뷰-아름다운치과 정종호 원장

장애인 치과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저는 지금 제 역할을 할 뿐입니다”

서울 둔촌동에 자리한 아름다운치과는 평범한 치과가 아니다. 이곳은 장애인을 배려한 설계가 곳곳에 스며들어 진정한 의미의 ‘장애인 친화 치과’로 거듭났다. 병원 바닥의 턱 하나, 복도의 너비, 진료실 체어 간 간격까지 모든 것이 ‘몸이 불편한 환자를 위한 공간’을 목표로 설계됐다.

아름다운치과 정종호 원장은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하니까 제가 하는 것 뿐”이라며 장애인 치과 진료의 이유를 담담하게 말한다. 하지만 그가 걸어온 길은 담담함 이상의 헌신과 전문성으로 가득하다.

"턱이 없는 병원, 넓은 동선, 장애인을 위한 디테일이 병원의 철학, 장애인 환자가 진료받다가 다치면 안된다. 넘어지지 않게 하는 게 출발점이었다."

정 원장은 병원의 인테리어 설계에서 가장 먼저 바닥의 턱을 제거하고, 복도 너비를 1.6m 이상 확보했다. 일반 치과에서는 체어를 최대한 많이 배치하지만, 아름다운치과는 80평 공간에 체어 7대만 설치했다.

휠체어로 돌고 앉고 이동하는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건 ‘공간’

세면대도 일반 높이보다 10cm 낮춰 휠체어 사용자가 편히 쓸 수 있도록 조정했고, 방사선실 역시 휠체어를 탄 채로 CT나 엑스레이를 촬영할 수 있게 설계했다. 출입문 폭도 1m 이상 확보해 휠체어가 여유롭게 회전할 수 있다.

구강 위생 관리가 장애인 진료의 핵심

정 원장이 가장 강조하는 진료 철학은 “통증 제거보다 음식물 제거”다. 그는 장애인 환자들이 치아가 썩어서가 아니라, 음식물이 오래 고여 잇몸이 나빠져 치아가 부러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정기적인 리콜을 통한 음식물 제거와 구강 청결 관리를 최우선으로 한다.

타 장애인치과병원에서도 임플란트를 받지 못했던 중증 환자가 무사히 치료를 받은 사례도 있다. “장애인 진료는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다.”

억압보다 배려로 마음의 문 열기

정 원장은 페드랩(강제 억제 장치)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환자와 보호자의 관계, 반복 내원 등을 통해 긴장을 풀고 치료에 스스로 임하도록 유도한다.

실제로 한 중증 장애 환자는 처음에 진료를 거부했지만, 반복적인 내원과 칭찬, 보호자와의 소통 끝에 하이파이브까지 하며 스스로 체어에 앉는 변화를 보였다. “그게 치료의 시작이죠.”

중증 환자는 보호자와 복지사가 함께 들어와야 하기에, 최소 5~6명이 동시에 들어올 수 있는 진료실 공간 확보도 중요한 요소였다. “일반 병원 구조에서는 아예 불가능하다. 그래서 설계부터 다르게 해야 했다.”

장애인 친화 치과, 전국 모든 시도에 최소 한 곳은 있어야

정 원장은 “서울처럼 천만 명 인구를 가진 도시에서 장애인 진료가 가능한 치과가 고작 2~3곳뿐이라는 건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서울시 장애인치과병원은 6개월 뒤에야 진료가 가능할 정도로 대기 환자가 많고, 민간병원도 진료 인프라와 공간, 제도 미비로 장애인 진료를 기피하는 현실이다.

“서울에도 최소한 각 구별로 한 곳씩, 전국 시도마다 적어도 1개 이상은 장애인 진료 가능 치과가 필요하다. 이건 의료 접근성의 기본 문제이다. 진짜 치료는 장애인이 먹고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정 원장은 치료의 목표를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사람이 죽는 이유는 두 가지에요. 못 걷거나, 못 먹거나. 그런데 잘 먹으면 암 환자도 잘 살 수 있다. 치과는 먹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 그래서 저는 치과 의사로서 생명을 지키는 일을 한다고 믿는다.”

10년내 전국에 장애인 병원 하나씩 설립 목표

현재 60대인 정원장은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목표는 명확하다. “10년 안에 전국 시도에 장애인 치과 하나씩만 만들고 나면, 제 역할을 다 한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직접 인테리어 설계까지 맡아온 100여 곳의 병원 설계 경험을 바탕으로, ‘병원 인테리어 닷컴’이라는 플랫폼도 운영 중이다. 장애인 진료를 희망하는 치과의사에게 공간 설계 조언과 감리까지 직접 지원할 계획이다.

장애인 진료는 의무보다 존중의 마음으로

정종호 원장은 주 2~3회, 장애인 단체 환자들이 모여 병원을 찾는 일정을 진행중이다. 많은 환자 수는 아니다. 하지만 “돈이 안 돼도, 진료가 어려워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저는 단지 그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아름다운치과의 실제 공간은 ‘장애인 진료를 위한 치과 인테리어 가이드라인’을 보여주고 있다. 정종호 원장의 꿈이 전국 장애인 치과를 위한 하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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