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백상포럼] 유일호"대미투자 2000억弗 버거운 숫자…빠른 기술개발로 상쇄해야"

2025-10-30

“지금은 안보가 아니라 경제가 전장(戰場)입니다.”

유일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서울경제TV 개국 17주년 기념 ‘2025 백상포럼’에서 최근 세계경제의 변화를 이같이 규정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이후 가속된 자국 우선주의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며 “‘경제 냉전(Economic Cold War)’이라는 표현이 가장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유 전 부총리는 ‘세 개의 전쟁, K기업의 생존 로드맵’을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 기조강연 ‘경제 냉전의 시대와 우리의 경제’를 통해 미중 패권 경쟁을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닌 정치 경제 구조의 충돌로 해석했다.

미국은 금융, 정보기술(IT) 중심 구조로 전환하면서 고소득층이 부를 급격히 키웠지만 제조업 노동자 계층은 소외된 반면, 중국은 기술 개발과 정부 주도로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하며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등장은 이 불균형의 산물”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29일 극적으로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해서는 “일단 타결은 됐지만 2000억 달러 현금 투자는 매우 버거운 숫자”라고 평가했다. 양국은 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 15% 관세율을 적용하고 한국은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제시했다. 정부는 연간 200억 달러씩 10년간 분할 집행 방식을 검토 중이다. 그는 투자 조달 방식, 집행 속도, 환율 파장이 모두 연동돼 있어 정부의 정교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 전 부총리는 “자유무역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이상적 구조라지만 현실은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며 “협력의 틀에서 벗어난 각국의 자국 이익 중심 정책이 ‘경제 냉전’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유 전 부총리는 “시장 실패의 보완, 재분배, 거시경제 운용이 정부의 전통적 역할이라면 이제는 불확실성 해소가 절반의 경제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 합의 이후 집행 구조의 투명성과 환율 충격 관리, 정책 일관성 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결론 난 사안이라면 정부가 빠르게 ‘사후 로드맵’을 제시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에는 기술 대응을 주문했다. “관세로 가격경쟁력이 약화된 만큼 기술로 버텨야 한다”며 “대미 직접 투자는 기술 유출 위험이 있어 더 빠른 개발로 상쇄해야 한다”고 했다. 유 전 부총리는 기업의 역할을 적극적·능동적 대처로 요약했다.

유 전 부총리는 마지막으로 “경제 냉전의 시대가 지속 가능한 구조는 아니다”라며 “정치와 여론이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세계 통상 질서의 첫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는 “트럼프 2기 정책이 유지될지, 의회가 제동을 걸지에 따라 세계 질서의 방향이 바뀐다”고 지적했다. 강연을 마치며 유 전 부총리는 “경제 냉전이라는 말이 지금 시대를 가장 잘 설명하지만 그 해법은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없다”며 “그렇기에 정부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기업은 기술로 생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국회·기업·학계 고위 관계자 350여 명이 참석해 통상 압박 속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와 정부 정책 기조 전환에 따른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29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이후 통상 환경 속에서 정부 당국과 기업들의 대처 방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제언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ya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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