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성씨는 대장장이 스미스, 제분업자 밀러처럼 가족의 역사와 뿌리를 나타낸다고 한다. 지금 세계를 관세 폭풍 속에 몰아넣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그의 이름이 부상하기 전에는 트럼프란 하트, 다이아몬드, 클럽, 스페이드 4종류의 슈트와 조커가 끼어 있는 53장의 카드를 떠올리게 했던 말이다. 그래서인지 ‘트럼프(trump)’ 라는 말은 ‘으뜸패(를 내놓다)’, ‘이기다’라는 뜻도 있고, ‘누명’이나 ‘비방’이라는 비유적인 뜻도 있다. 부동산 사업자와 기업가로 명성을 날렸고, 45대 이후 47대까지 미국 대통령에 두 번이나 당선된 그는 ‘트럼프’ 가문의 사람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6일 쿠알라룸푸르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아세안 각국과 19~20% 수준으로 무역협상을 마무리 짓고, 태국과 캄보디아 간 평화협정문에 공동성명도 했다. 특히 말레이시아로부터는 핵심 광물과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거나 할당제를 두지 않기로 하는 약속을 받아냄으로써 희토류 수출 통제를 예고했던 중국에 견제의 메시지를 던졌다. 다음 날 일본으로 간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 방위비 증액과 관세협상 과정에서 합의한 5천500억 달러 대미 투자 건을 협의하고, 무역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에서 만든 일본 차를 ‘역수입’하는 방안과 함께 미국산 대두나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구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일본 언론들은 미국이 일본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5%까지 늘리고, 주일미군 주둔 경비부담액 확대를 요구할 수 있다고 점쳐왔는데, 그 결과는 임박했다.
10월 31일과 11월 1일 양일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개최된다. 23일 열린 APEC 재무·구조개혁장관회의에서 의장국인 우리나라는 역내 경제전망, 혁신, 디지털금융, 재정정책 등 4가지 주제를 주도하여 중장기 로드맵을 설정했다. 27, 28 양일에는 APEC 최종고위관리회의를, 29, 30 양일에는 APEC 외교·통상 합동각료회의를 열어 의제를 공유하며 정상회의 준비를 하게 된다. 일본 순방을 마치고 29일 한국으로 들어오는 트럼프 대통령은 정작 정상회의 이틀째 날엔 불참한다고 예고했다. 회원국 정상들이 회의를 마치며 함께 서 기념 촬영하는 자리에 서지 않겠다는 뜻이다.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던 미중 정상회담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를 1년 미루고, 미국도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양측이 극적으로 합의함으로써 30일 부산에서 열리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는데, 이것이 미중 정상회담 성사의 지렛대가 되었을 것이다.
한미 양국 간 무역협상은 이번에 타결될 수 있을 것인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6일과 22일 두 차례 워싱턴을 방문하여 쟁점들에 대해 회담했지만,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두 정상의 결단에 따른 결과로 남게 되었다.
대통령에 출마하기 한참 전 트럼프가 출간한 그의 저서, '거래의 기술'(1987, 2015)을 보면 대통령이 된 그의 지금 행적들이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된다. 나라마다 이 책을 분석하고, 그의 협상법을 역이용하며 이번 무역 전쟁의 전략을 세웠다고 할 정도다. 그의 저서가 알려주고 있다. 트럼프는 항상 자신이 유리한 지점을 만들고 그것을 협상에 이용한다. 그의 압박은 ‘협상용’인 경우가 많으므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되 지나치게 압박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관세 인하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투자·산업협력을 맞물리게 하는 창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상대의 관심사에 맞춘 새로운 거래 구조를 만들어라. 트럼프의 협상은 종종 예측불가하며, 마지막 순간에 뒤집기가 일어나기도 하므로 끈질기게, 그리고 즐겁게 협상에 임하라.
대한상공회의소와 딜로이트 컨설팅 분석에 의하면, APEC 개최로 인한 경제효과는 약 7조 4천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겪었던 여러 어려움을 만회할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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