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쇠락과 트럼프의 잘못된 처방

레이 달리오는 ‘빅싸이클’이라는 책에서 제국들의 흥망성쇠의 장기적 흐름을 4단계로 설명했다. 강대국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사회질서, 기술혁신, 경제성장으로 제국으로 상승하는 게 1단계이다. 2단계에서는 세계적 영향력이 극대화되면서 세계경제의 중심과 기축통화국이 되며 세계질서를 좌지우지한다. 3단계에서는 부채가 증가하고 생산성이 둔화되고 불평등이 심화되어 내부 갈등이 심해지면서 경쟁국이 나타나고 기축통화가 약화된다. 4단계에서는 부채위기가 심화되며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사회적 혼란이 심해지며 다른 강대국에 밀리게 된다.

레이 달리오는 대규모 기술혁신과 부채 싸이클이 이러한 빅싸이클의 핵심역할을 한다고 봤다.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으로 제국으로 성장하지만 다른 나라들도 이를 모방하기에 계속적 혁신이 없으면 결국 기술은 다른 나라에 따라 잡힌다. 더 중요한 문제는 부채이다. 제국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결국 군비나 국가운영에서 빚이 너무 커지고 돈을 많이 찍어내게 되면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높은 이자를 지불해야 해서 통화체제에 문제가 생기고 결국 버틸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마지막 단계에서 채무를 불이행하거나 다른 나라가 부채를 매입하게 만들거나 부채를 몰수하거나 다른 나라의 자산을 몰수하여 해결하려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제국의 불평등이 더 심해지고 사회적 갈등과 내부질서가 악화되다가 결국 내전이나 혁명이나 전쟁으로 제국에서 밀려난다고 본다.

현재 미국은 국가부채가 37조달러에 이르렀고 매년 1조달러를 이자로 갚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방비보다 더 큰 액수가 이자로 지출되고 있다. 미국의 부채와 통화위험이 점점 심해져서 미국 달러의 가치가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이자율을 높여야 해서 부채의 악순환이 발생한다. 물론 세계경제 혼란이 나타나면 아직 달러가 기축통화여서 자본이 달러로 몰려 일시적으로 달러의 가치가 높아지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달러가치의 하락이 나타난다. 레이 달리오는 현재 미국이 디지털 기술혁신을 선도하고 있지만, 이러한 기술혁명으로 부채와 내외부갈등을 극복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하다고 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트럼프가 시도하는 방법이 관세를 높이는 것이다. 2차세계대전 이후 자유무역체제로 엄청난 이익을 얻은 미국이 1980년대 중반부터 무역적자가 누적되다가 이게 너무 커져 이제 더 이상 기존체제로 버티기 힘들다. 이자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치적 불만을 달래기 위해 자꾸 감세를 하고 금리를 낮추면서 빚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생겨났지만 이제 미국이 세계패권국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미국 엘리트들의 위기위식이 매우 심각해졌다. 이러한 위기의식 때문에 트럼프가 사라져도 미국우선주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대다수 서민들도 미국의 경제가 그리고 미국사회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의 실질생활수준은 상승하지 못했다. 80년대말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였고 현재는 8만달러이지만 인플레이션도 4배에 달한다. 특히 교육비, 의료비, 주거비 등은 4배 이상 상승했다. 저렴한 상품과 농산물을 세계에서 수입해 이들만 2~3배 상승에 멈춰 있었는데 이제 관세가 높아져 이들도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미국인 대다수가 미래에 대하여 불안하게 생각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트럼프도 이러한 위기의식을 공유한다. 하지만 해결책의 방향이 잘못되어 있다. 관세와 투자를 강요하여 동맹국들로부터 외국으로부터 돈을 뜯어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외국기업의 미국공장건설을 강요해 미국의 제조업도 부활시키겠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감세를 하고 복지를 줄인다. 핵심은 국가부채축소와 사회적 신뢰 그리고 미국 제조업의 지속적인 미국 내 재투자와 경쟁력인데, 트럼프는 국가부채를 늘리고 국민불신을 부추기고 있다. 기업들도 이익을 기술혁신에 재투자하기보다 주주나 운영자에 집중적으로 나눠주고 있다. 트럼프가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면 아무리 관세를 올려도 미국의 쇠락은 지속될 것이다.

이정덕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초빙석좌교수